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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어린 노력'…예술위의 '블랙리스트' 책임 회피 논란

박명진 위원장, 지난 18일 '사퇴의 글' 예술단체에 발송
예술계 "책임회피 급급한 진정성 없는 사과" 지적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5-19 15:33 송고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사퇴의 글' 전문 © News1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사퇴의 글' 전문 © News1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예술단체 85곳에 이메일로 발송한 '사퇴의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예술계에선 "박 위원장이 사퇴의 글에서도 블랙리스트 책임 회피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19대 대선 전날인 지난 8일 사직서를 문체부에 제출했다. 현재 예술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예술위는 매년 2000억원 가량의 문화예술인과 문화단체의 정부 지원을 심의, 결정하는 문체부 산하 기관이다.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예술가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든 '블랙리스트'의 실행에 관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위원장은 예술단체에 발송한 사퇴의 글에서 "예술위원회 직원들은 지난 2년여간 소신과 어긋나는 상부의 지시를 수행하면서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그런 가운데서도 예술가 여러분들이 겪을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적었다. 또 "그 용기 어린 노력들이 언젠가 세상에 알려져,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도 했다.

예술인들은 "박 위원장이 뒤늦게나마 사의를 표명해 다행"이라면서도 '사퇴의 글'에 담긴 '필사적 노력' '용기 어린 노력' 등 특정 표현에 대해 "진정한 반성이 없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미도 검열백서위원회 위원장은 "'필사적 노력'이라니, 몰염치의 극치를 달린다"며 "박명진은 자신의 부역 행위를 필사적으로 축소, 은폐하기에만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전현직 문체부 장관이 둘 구속될 때 당장 물러났어야 마땅하거늘 형식적인 사과만 해놓고 은폐에 골몰하다 정권이 바뀌니 이제와 사퇴하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 회의'(이하 연극인회의) 공동대표 33명 중 한 사람인 홍예원 배우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용기 어린 노력'이라는 표현에 대해 "한국어의 의미를 다르게 알고 있는 사람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연극인회의는 연극단체 120개와 연극인 603명이 참여하고 있는 범연극인 단체다.

이 '사퇴의 글'은 박 위원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위 여러 관계자들은 "'사퇴의 글'은 박 위원장이 예술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일뿐"이라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아 박 위원장이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지만, 사실상 주요 업무에서 손을 내려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19일 '사퇴의 글이 책임 회피이며, 사직서를 내고도 블랙리스트 백서 작성 업무에 계속 관여한 게 아니냐'는 예술계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자 "회의 중이라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다가, 이후 "통화하기 곤란하다"는 의사를 예술위 직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려왔다.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 News1 DB 송원영 기자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 News1 DB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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