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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1년…"여성혐오 멈춰라" 1000명 한목소리

여성단체 등 강남역 일대서 1주기 추모행동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김다혜 기자 | 2017-05-17 21:52 송고 | 2017-05-17 21:53 최종수정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인 17일 오후 서울 신논현역을 출발한 범페미네트워크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추모문화제 참가자들이 강남역 인근 범행장소 앞에서 국화꽃을 들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2017.5.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인 17일 오후 서울 신논현역을 출발한 범페미네트워크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추모문화제 참가자들이 강남역 인근 범행장소 앞에서 국화꽃을 들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2017.5.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평등해야 안전하다. 여성혐오 멈춰라."

"두려움을 용기로, 분노를 저항으로."

지난해 5월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이 이유 없이 30대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 이후 여성혐오와 젠더폭력에 맞서 싸워 온 여성단체들이 사건 1주기를 맞아 사건 현장인 강남역 일대에서 피해자를 추모하고 여성혐오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범페미네트워크 및 강남역10번출구, 나쁜페미니스트 등 여성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17일 오후 7시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 추모행동'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이지원 강남역10번출구 활동가는 "강남역의 한 상가 화장실에서 여성이 죽는 사건이 벌어진 후 1주기를 지나 이 곳에 있으면서 우리 모두가 1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누군가 맞고, 성폭력당하고, 죽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모른 척하고 살아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여성혐오, 여성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피해자를 추모하고 이러한 사건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가만있지 않고 나가서 떠들고, 말하고, 악쓰고, 화내면서 여성혐오와 여성폭력이 잘못된 것이고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험들을 다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참가자들은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모여 7시30분쯤 사건이 발생했던 노래방 건물 앞에 모여 묵념하는 시간을 갖고, 사건 당시 시민들의 추모공간으로 조성됐던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모여서 국화꽃을 헌화하고 각자의 메시지를 담은 접착 메모를 붙였다.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도로에 모여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던지면서 더 이상 이런 비극에 가만 있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전하는 퍼포먼스를 한 후 다시 신논현역 6번 출구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행진을 하면서 "두려움을 용기로, 분노를 저항으로" "우리는 살아남아 세상을 바꾼다" 등의 구호와 더불어 낙태죄 폐지와 군대 내 성 소수자 차별 금지 등을 한 목소리로 외치며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이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인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을 출발한 범페미네트워크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추모문화제 참가자들이 강남역 10번출구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2017.5.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인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을 출발한 범페미네트워크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추모문화제 참가자들이 강남역 10번출구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2017.5.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애초 예상보다 다소 많은 인원인 주최측 추산 1000명(경찰 추산 800명)이 모인 가운데 추모행동이 열리면서 행진과 추모 행렬이 길어져 행사는 약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추모행동을 찾은 참가자들은 사건 이후 1년간 자신에게 벌어진 작은 변화를 공감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에 놓이는 상황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참가자 김다혜씨(22·여)는 "예전에는 제 자신도 여성혐오가 심해서 다이어트 강박이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사라지게 됐다"며 "예전엔 (여성이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 자연스럽게 늦은 밤에 다니다 피해자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늦은 시간이라든가 피해자의 옷차림에 상관 없이 무조건 가해자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에도 이런 인식 변화가 많다.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은 임금격차나 결혼 후 아이에게 성을 물려주는 문제도 고민한다"며 "앞으로 데이트폭력이나 여성혐오로 인한 살해 등 강력범죄가 더 강력하게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형씨(25)는 "지난 1년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역시 견고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균열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작년에도 이런 상황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오늘도 같은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고교생 최모양(18·여)은 "인터넷에 여성혐오에 대한 의미 없는 토론이 많다"며 "여성혐오를 너무 좁게 규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격차나, 직업적으로 느끼는 차별도 많고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게 많다. 나 스스로도 일년 사이에 페미니즘에 관한 책도 읽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 사회도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조연씨(26·여)는 "강남역 사건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 사건이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이야기되지 않아서 (여성폭력이라고) 이야기하려고 나왔다"며 "가해자가 숨어있다 여성이 나타났을 때 죽였고,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는데도 계속해서 젠더폭력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더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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