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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줄여보자"…中企·청년 일자리 대책 '플랜 B' 될까

일자리 정책 토론회…중기 구인난·청년 구직난 심화
맹목적 대학진학-대기업 선호 '악순환'…대책 반영?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7-05-18 06:40 송고 | 2017-05-18 09:29 최종수정
대전 한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 등이 벽에 붙은 채용게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 News1
대전 한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 등이 벽에 붙은 채용게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 News1

"그동안 대학교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현장에서 단순 근로자가 모자랍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영세한 중소기업에 오겠습니까."(중소기업 대표 A씨)
"10~20인 제조공장은 대졸 사원을 구경도 못합니다. 이들은 면접도 안보고 그냥 돌아간다고 합니다."(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기업 구인난과 청년 구직난이 심해지자 "'이름만 대학' 수를 줄이자"는 주장까지 나오게 됐다.

맹목적인 대학 진학열이 수많은 대졸자를 양산했고 이들이 대기업을 가기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취업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는 부실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교육 개혁 기조와도 일치한다. 

공공기간 일자리 창출, 임금 지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직접적인 일자리 대책을 우선 꺼내든 문재인 정부가 이같은 'B플랜'도 연계할지 관심이 쏠린다.
◇'좋은 대학=대기업 선호' 악순환 끊어야

17일 중소기업단체협의회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중소기업 일자리 정책방향 세미나'에서는 일자리 정책의 한계와 대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오고 갔다.

이 자리에서 사실상 대학 감축이 일자리 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발언들이 눈길을 끌었다.

최병길 인천대학교 교수는 "대학 일선에서 교수에게 일자리를 추천해달라는 학생은 거의 사라졌다"며 "대부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거나 시스템(구직 전형)이 잘 갖춰진 대기업을 선호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 진학률이 69%에 이르고 장학금 예산이 4조~5조원에 이른다고 알고 있다"며 "대학생과 장학금을 줄여 일자리 재원 확보에 쓰는 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객석에서 자신이 '40여년 중소기업을 운영한 대표'라고 밝힌 A씨도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된다면 기업 운영이 안 된다"며 "정부가 대학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일선의 단순 작업 근로자가 모자라게 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적한 부분과 맥락이 닿아있다. 그는 높은 진학률과 낮은 취업률 현상을 일자리 대책의 전제로 제시했다.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낳은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일반론이다. 중소기업 90%가량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 배경에 대해 한국의 과도한 교육열이 지적됐다. 노 연구위원은 "부모 90%가 자녀에게 학사 이상의 교육 수준을 기대한다"며 "부모가 대학교 졸업까지 3억여원의 비용을 부담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좋은 대학 보내면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 아래 대학을 보내기 위해 많은 지출을 한만큼 대기업에 보내려는 욕구가 높다는 분석이다. 

노 연구원은 "직업계고 졸업생의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 대책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며 "2012년 40%대였던 중소기업 특성화고 취업률은 작년 65%로 늘었다"고 말했다. 

부실 대학 구조조정은 전 정부의 정책 과제 중 하나였다. 정부의 대학 지원사업도 부처마다 이뤄지다보니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하 경희대학교 처장은 "현 정부의 정책을 준비하면서 대기업 못지않은 좋은 중소기업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에 대한 홍보만 이뤄진다면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새로운 발상 해야 일자리 생겨"

문재인 정부가 대학 감축을 일자리 대책과 연계해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대학 감축이 일자리 대책으로 이어지기까지 고려해야 할 단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한 대학 졸업에 대한 문제인식은 널리 퍼진 분위기다. 하지만 대학감축이 일자리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명문대 졸업생은 인재다 △동등 조건이라면 대졸자를 뽑는다 △대학을 줄이면 입시경쟁이 치열해 대기업 선호 현상을 심화한다 △고졸자의 취업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이 개선돼야 한다 등 다양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B연구기관 관계자는 "대학 감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학계에 오래 전부터 형성됐다"며 "다만 워낙 급진적인 정책인 탓에 정부가 전면에서 일자리 대책과 연계해 추진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고졸자를 위한 취업 환경이나 기반이 조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대학 감축은 당사자들의 큰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간적접인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현 정부도 아직 이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변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다. 일단 문 정부는 기존 대책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판단한 분위기다. 이훈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최근 부처에서 마련한 일자리 추경을 봤는데 일반 정책 자금을 더하는 정도여서 화가 났다"며 "정부가 바뀌었는데 마인드(생각)가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발상이 있어야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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