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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논의 본격화되나…규모·견제 방식에는 이견

3개 법안 국회에 발의돼…처장 임명방식 등 차이
의원 30명 요구 시 수사착수…국회 영향력 우려도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7-05-14 05:00 송고
조국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 2017.5.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을 국정운영의 주요 화두로 꺼내 들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개혁의 동력은 충분히 차오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은 수많은 전현직 검사장의 비리로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정농단 사건의 전조였던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검찰은 문건의 내용보다는 유출 경로에만 집중하며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수사 방향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이번 검찰 수사에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되는 데 그쳐 '제 식구 봐주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개 원내 정당들은 모두 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각 당의 재적의원을 따져보면 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도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다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공수처 신설은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도 내세웠던 개혁과제였으나 사회적 합의와 국회 통과가 무산되며 실패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이전인 2011년 자신의 저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을 정도로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해 왔다. 지난 1월 권력기관 개혁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화해두는 것이 필요했는데 (참여정부에서)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던 것이 저희로서는 한이 남고, 아쉬운 점"이라며 "정권 초기부터 이것은 정말 국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국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52)은 자신의 인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수처를 만드느냐 마냐는 국회의 권한으로 국회가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국회가 (공수처법이) 통과되도록 표결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국민의당 발의案…권한·국회 영향력 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14일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공수처 설치법안은 총 3개다. 모두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독립적 수사·기소 기구를 갖추는 것이 주요 골자지만, 구체적 규모와 공수처장 임명·구성에는 차이가 있다. 주요 수사대상을 검찰로 둘 것이냐, 고위공직자 전체로 둘 것이냐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 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지난해 8월 공동 발의(대표 발의자 박범계 의원)한 법안으로, 현재 발의된 법안 가운데 그 규모나 권한이 가장 크다.

이 법안은 △처장 1명 △차장 1명 △특별검사 20명 이내 등으로 공수처를 구성하도록 했다. 대통령(전직)을 포함해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검찰총장, 국회의원 등 주요 수사대상을 적시했다. 비리 행위뿐 아니라 김영란법 위반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불기소심사위원회를 둬 공수처가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경우 그 적정성에 관해 국민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다만 공수처에 대한 국회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해 자칫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법은 공수처 인지 사건이나 감사원과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이 의뢰한 사건 외에도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이 연서(連署)할 경우 공수처가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하도록 의무화했다. 의원 수 30명 이상의 정당은 별도의 견제 없이 수사 착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처장 임명은 국회 등 추천으로 구성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장추천위원회'에서 단수(1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추천위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3명과 국회의장 및 국회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협의 추천한 4명 등 7명으로 구성되며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권한 견제 목소리…학계 의견수렴 지적도

노회찬 정의당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법안은 공수처의 권한을 견제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썼다. 이 법안은 수사대상 범죄를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배임·횡령·배임수증재 등 기타 부패범죄 및 직무 관련 범죄로 한정했다. 수사착수 조건의 하나인 국회의원 연서도 재적의원의 4분의 1로 늘렸다. 공수처 내 특별검사는 10명이내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공동발의 법안보다 적다. 처장은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복수(2명) 추천한 뒤 국회의 임명동의안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공수처 설립법안은 처장 산하 검사 수를 3명으로 제한했다.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 전반이지만 검찰의 비리와 특임검사제의 한계를 제안이유로 적시해 사실상 검찰비리에 대한 수사에 초점을 맞춘 법안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장은 국회 청문회를 거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국회보다는 청와대 영향 아래 놓일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 연서 시 수사착수 의무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공수처의 취지상 대법원장·검찰총장 등의 비리는 수사대상에 포함된다"면서도 "대통령이 수사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공수처 법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국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공수처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본회의의 경우 여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이 찬성할 경우 신속처리안건으로도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안을 두고 세부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어 통과가 쉽지만을 않을 전망이다. 국가적 권력구조가 변화하는 내용인 만큼 구체적 안에 대한 시민사회와 학계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에 과도한 권한을 쥐여줄 경우 또 다른 권력기관이 탄생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이 바뀐 만큼, 기존에는 공수처 신설을 찬성했던 정당들이 정치적 이해 득실에 따라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남는다. 앞서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당시 공수처 입법이 국회의 반대에 가로막힌 것과 관련해 "열심히 공을 들였지만,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협조해 주지 않았다"며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킨 것이 문제였다면 국회의원을 빼고서라도 제도개혁을 했어야 옳았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적은 바 있다.


dos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