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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2년①]사라진 단체병문안…감염병 관리는 숙제

환자 꽃·음식배달 금지…하루 4시간만 환자 면회
의료기관 감염관리자 22% "의심상황 보고 안해"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7-05-14 07:01 송고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의료진이 감염병 재난상황을 대비해 응급의료센터에서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부천성모병원 제공)./뉴스1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의료진이 감염병 재난상황을 대비해 응급의료센터에서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부천성모병원 제공)./뉴스1

국민 38명이 안타깝게 숨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2주년이 다가오면서 국내 의료기관의 병문안과 감염병 관리실태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는 2015년 5월 20일 국내에 첫 감염자가 보고된 이후부터 유행이 공식 종료된 같은해 12월 23일 자정까지 총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했다. 메르스가 유행 기간에 국내 실물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나라 전체가 감염병으로 들썩였지만 2년이 흐른 뒤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출산 축하하는 꽃배달 금지라네요"

메르스 유행원인 중 하나로 다인실 위주의 국내 병실 구조가 지목되면서 단체 병문안 문화가 급격히 사라진 것은 성과로 꼽힌다. 환자 선물용으로 외부 음식물이나 꽃을 병실로 반입하거나 병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외부 음식을 나눠먹던 것도 거의 불가능해졌다.

올해 3월 딸을 출산한 민정혜(32)씨도 달라진 병문안 문화를 실감했다. 민씨는 "딸을 낳고 축하전화와 함께 꽃 배달 제의를 여러 번 받았지만 감염문제로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며 "출산 후 면역력이 약한 상황이라 타당한 조치로 보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메르스 사태 후속조치로 전문가들과 논의끝에 병문안을 평일 2시간, 주말과 공휴일엔 오전과 오후로 나눠 총 4시간만 허용하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평일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오후는 6시부터 8시까지 총 4시간만 병문안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 권고안은 친지나 동문회, 종교단체의 단체 방문을 제한하고 병원에 출입할 때 손을 씻는 기침예절을 준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호자가 애완동물과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금지했다.

복지부는 또 응급실 격리병상과 중증환자 진료구역엔 보호자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응급실 다른 구역도 보호자 1인만 출입하도록 했다.

병원계에선 메르스 학습효과로 새 병문안 방식에 보호자나 방문객들이 잘 협조하는 분위기지만, 강제규정이 없다보니 일부 막무가내식 방문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메르스 이후 병문안을 제한해도 보호자나 방문객들이 잘 따르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권고안이다보니 굳이 환자를 보겠다고 하면 막기 어렵다. 그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슈퍼박테리아 등 제2의 감염병 문제 시한폭탄

감염병 예방은 의료기관의 철저한 감염관리가 필수지만 메르스 이후에도 원내 관리체계가 부족한 건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병원체감염 위험근로자 건강보호 강화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 감염관리전담자 22.1%가 원내 감염상황이 의심돼도 상부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감염병 의심상황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는 '감염되지 않을 것 같아서'란 응답이 1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보고하면 불이익을 당활까봐' 또는 '귀찮아서'란 응답도 각각 11.5%, 9.9%로 조사됐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병원에선 의료인뿐 아니라 다른 직종 종사자도 병원체에 감염될 수 있다"며 "메르스 사태 때도 전체 환자의 21%가 의료기관 종사자로 강화된 안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4일 발간한 '주간 건강과 질병' 보고서를 보면 2015년 의료기관 종사자로부터 감염돼 결핵이나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총 250명에 달했다. 양천구 다나의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등에서 벌어진 주사기 재사용 문제로 무더기 감염자가 나온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해 9월 감염예방관리료를 신설한 후속조치는 환영할 만하지만 전담인력 규모나 관리 시스템은 이제 첫발을 뗀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감염예방관리료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1일당 1950원에서 2870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제도적인 개선은 조금씩 변화를 보였지만 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하고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문제는 또다른 시한폭탄"이라며 "정부 내 전담인력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병원감염에 대한 완벽한 컨트롤타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메르스가 2주년을 맞으면서 위기의식이 많이 사라진 점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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