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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와 김천은 왜 홍준표에게 표를 몰아줬을까

TK 민심 들어보니…"세대·사드 갈등부터 풀어야"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2017-05-10 18:25 송고 | 2017-05-11 08:52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2017.5.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2017.5.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9년만의 정권교체로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리자 TK(대구·경북)지역에서는 세대 갈등, 사드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요구와 기대감을 나타냈다.

◇ 깊어진 세대 갈등, 정치 혐오…'통합'으로 해결 기대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며 보수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던 TK지역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여전히 보수 지지율이 높았지만 정치적 다양성도 확인됐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선택한 박모씨(42·대구 달성)는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낮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박씨는 "사실 유 후보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에는 부담이 컸다. 워낙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있다 보니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받거나 언쟁을 벌이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속마음을 숨겨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염모씨(43·대구 북구)는 "집안 어른들은 보수후보를 여전히 선호하는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니까 존중할 뿐 이번 선거에서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염씨는 "선거운동 기간 어른들이 '가짜 뉴스'를 믿고 영향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각기 다른 정치적 성향 탓에 피로감을 느껴 투표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대구 달성군 주민 김모씨(39)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보니 주변 이웃 노인들 대부분이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다고 들었다"며 "마을 친구나 후배들이 집안에서 정치 이야기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본 후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줄곧 보수정당을 지지해온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이번 대선을 두고 벌어진 세대간의 정치적 갈등에 대해 피곤함을 토로했다.

이모씨(76·여·대구 북구)는 "(투표를 앞두고) 동생들이 핏대를 세우며 '박근혜가 순진해서 최순실에게 당했다'고 옹호하면서 '이번에는 홍준표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보기 싫어 나무랐다. 과연 자식들과 싸움을 해야 하는 할 일인가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성주·김천 주민들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할 참외를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17.5.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성주·김천 주민들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할 참외를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17.5.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사드 배치 성주·김천, '갈등 해소' 과제

경북 성주와 김천 지역은 '사드 배치를 주장한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자유한국당에 각각 55.8%와 47.7%의 표를 던졌다.

김천에서는 투표수 9만2184표 중 47.7%인 4만3998표가 자유한국당 홍 후보에게로 갔다.

성주 사드포대 인접지인 김천시 남면에서도 한국당이 57.6%를 득표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혁신도시가 위치한 김천시 율곡동에서만 유일하게 민주당 표(50.2%)가 한국당 표(17.1%) 보다 많았다.

성주군 역시 전체 투표수 3만70표 중 55.8%(1만6788표)가 홍 후보에게 갔고, 사드 배치지인 초전면에서 조차 2881표 중 57.5%(1658표)를 한국당에 줬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측은 "밖에서는 이 지역 사정을 잘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성주의 인구 비율을 보면 50대 이상이 2만5000명, 60세 이상이 1만2000명 정도다. 이곳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87%의 지지를 보낸 곳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30%가 줄어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수규 성주투쟁위 상황실장은 "이곳에서 홍 후보에게 준 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문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지지표가 7000여표를 넘었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주민간의 갈등에 대해 "1년간 이렇게 지내왔다. 하지만 우려하는 것만큼 심하지는 않다"며 "이번 대선 투표 결과를 두고 (인터넷에서) '실망이다. 성주에 사드 들어가도 싸다'는 의견이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청년이 희망 품을 수 있는 나라…"약속 지켜달라"

동북지방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2015년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자료를 보면 대구는 1992만원으로, 1992년 이후 24년 연속 전국 16개 시·도 중 꼴찌다.

2000년대 들어 4년제 대학졸업생들의 수도권 순유출이 최고 40% 수준에 이르는 등 인재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졸업을 앞둔 지역 대학생들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우려감도 보였다.

아침 등굣길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경주 동국대의 한 학생은 "지난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과 정책은 왜곡됐다. 청년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준 정책이었다"며 "지금의 청년들은 위기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문은 좁은 것이 아니라 막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수차례 말한 만큼 공약을 반드시 지켜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포항 포스텍의 한 대학생은 "우리 대학은 국내 최고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졸업을 앞둔 선후배들이 취업과 창업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는 "명문대를 나왔다고 100%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창업 역시 마찬가지다. 숫자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청년실업자들의 고통을 새 대통령과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daegu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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