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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분열 '유예'…"마크롱, 르펜의 오류 입증해야"

노동개혁 내부 큰 반발…공동예산은 독일이 반대
"프랑스 개조 실패할 경우 다음 대선은 민족주의"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17-05-08 08:24 송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  © AFP=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  © AFP=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은 분열 위기에 몰렸던 유로화에 집행유예를 제공한 셈이며, 따라서 마크롱 당선인은 향후 5년간 르펜 후보가 틀렸음을 증명해내야 한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마크롱 후보가 높은 지지율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유로 덕이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유로 단일 통화를 포기하고 프랑화로 되돌리겠다는 르펜 후보의 공약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르펜 후보가 유로와 유럽연합(EU)에 대해 그럴듯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긴 했지만 그의 비판 자체는 모두 타당했기 때문이다. 엄격한 예산 규정과 더불어 유로존 회원국 전체에 일괄적인 거시경제정책을 부과하는 유로화 체제의 경직성은 최근 통화동맹 위기의 단초가 됐으며, 다른 위기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오늘날 유로존은 지진대 위에 쌓아 올린 건물처럼 붕괴되기 쉬운 상태라고 WSJ은 진단했다. 르펜 대표의 해결책은 단순히 그것을 와해시켜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높은 지지를 얻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저 또 다른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마크롱의 계획은 거버넌스와 경제적 유대를 강화해 또 다른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민족주의 세력의 불만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지난 8년간 유로존의 낮은 인플레이션과 안정된 성장률은 유로존 내부의 불균형 성장을 가렸다. 2000년까지 독일과 프랑스의 노동 비용은 대체로 비슷했다. 그러나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독일이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한 반면 프랑스의 노동 비용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보다도 더 빠르게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독일에 대한 유로존 회원국들의 무역 불균형이 심화됐다.

공공·민간 부채를 늘리는 것으로는 이러한 무역 적자를 구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명났다. 회원국 중앙은행들은 더 이상 정부와 은행들의 부도를 막아주는 최종대부자가 될 수 없음이 드러났다. 유로화 위기는 그 결과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단은 회원국들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맡기로 함에 따라 급박한 위기 상황은 진정됐다. 그 이후 온건한 회복세가 뒤따랐다. 무역 불균형도 급격히 줄었다. 무역 및 투자 소득을 포함하는 경상수지는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경상수지 적자도 급격히 축소됐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만 적자 폭이 커졌다. 독일의 흑자액은 유럽의 다른 회원국들보다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형은 다른 것들에 의해 대체됐다. 독일에서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으나 남부 유럽과 프랑스에서는 두자리수에 머물렀다. 독일 국가 부채비율은 균형 예산 덕분에 꾸준히 하락했으나 다른 곳에서는 급등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0% 이상 수준에서, 스페인은 100% 정도에서 안정화됐다. 프랑스의 경우 100%를 약간 밑돌았으나 계속 상승하는 중이다. 독일 경제가 과열됐기 때문에 ECB가 앞으로 몇년간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생각은 무리가 아니다. 

ECB의 정책금리 인상이 또 다른 국가 부채 위기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근본 문제는 여전하다. 유로존 회원국들의 경제 펀더멘털이 수렴하지 못한 채 계속 벌어져 있다. 회원국들이 거시경제정책을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조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마크롱 당선인은 공동예산을 수립하고 거버넌스를 강화함으로써 유로화의 결함을 해결하려 한다. 인프라 지출을 통해 각기 필요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로본드라는 공동의 채권을 발행할 생각이다. 마크롱의 접근 방식은 독일 같은 회원국이 이웃 국가에 해를 끼치는 재정 정책을 사용하는 것을 저지한다. 동시에 그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시작한 프랑스 노동시장 유연화 사업을 완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프랑스의 실업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독일 수준까지 따라잡아 독일과의 경쟁력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독일은 재정통합과 유로본드에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노동 개혁은 인기가 없다. 더욱이 르펜 대표는 프랑스의 산업 쇠퇴를 'EU의 자유무역, 이민' 탓으로 돌리며 정부개혁에 반대, 노동 계급 유권자들의 적지 않은 지지를 얻었다. 

WSJ은 르펜이 틀렸음을 마크롱이 증명해내는데 실패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민족주의로 유혹하는 '사이렌의 노래'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min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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