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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진출 제주청년 "큰 영광…영화 배우러 갑니다"

[인터뷰] 칸 초청작 단편 '포구' 감독 문재웅씨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17-05-05 18:07 송고
단편영화 '포구'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단편영화부문에 진출한 문재웅 감독(29).© News1 오미란 기자
단편영화 '포구'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단편영화부문에 진출한 문재웅 감독(29).© News1 오미란 기자

"너무나 큰 영광이죠. 하지만 가서 많이 배우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영화 불모지와 다름 없는 제주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며 작품 활동에 매진해 온 한 20대 청년이 국제영화제 중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칸영화제에 진출했다.
단편영화 '포구'로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제70회 칸영화제 비경쟁 단편영화부문(Short Film Corner)에 공식 초청받은 문재웅씨(29)가 그 주인공이다.

지역 영화예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고향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영화감독이 칸영화제에 진출한 것은 문씨가 처음이다.

세간의 주목에 으시댈 법도 했지만 그는 담백한 말로 한결 같이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세상에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제게 이런 기회를 줬다는 것은 (칸영화제에) 와서 좀 더 배워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이제 출발선에 선 만큼 늘 낮은 자세로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씨가 각본·연출을 도맡은 '포구'는 그의 네 번째 작품으로 17분짜리 단편영화다. 2016년 제주영상위원회 다양성영화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백수가 된 아버지가 가족과 갈등을 빚는 모습을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현대사회의 빈부격차와 자유상실 등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고자 했다.

영화는 한여름 제주시 삼양동 벌랑포구를 배경으로 배우 고동원·이영석·강민석·강민경·조성진 등 총 17명의 스태프의 피땀어린 노고로 만들어졌다. 제작비도 800만원. 제주영상위 사업비 500만원에 애써 모은 아르바이트비 300만원을 더하고 나서야 겨우 충당할 수 있었다.

4~5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준비한 뒤 2016년 8월 촬영에 돌입한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매일 매일이 위기였다"고 했다.

장비 고장은 일상이었고, 촬영장인 포구 주변에 비행기가 5분 마다 이·착륙하고, 오후 3시만 되면 어부들이 출항하는 등 소음 문제도 골치였다. 강한 햇빛에 머리가 벗겨진 한 배우가 두피에 화상을 입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씨에게는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그는 "당시 졸업을 눈앞에 두고 '이젠 앞가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압박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작품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힘들 수록 현장에서 '화이팅'을 외쳤다"고 말했다.

단편영화 '포구'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단편영화부문에 진출한 문재웅 감독(29).© News1
단편영화 '포구'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단편영화부문에 진출한 문재웅 감독(29).© News1

문씨는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불렀다.

학창시절부터 꿈꿔 온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습작을 만들고,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공부했지만, 결국 한국종합예술학교 삼수에 실패했고,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군대에 들어가면서 한창 빛났어야 할 20대 시절이 외로움으로 가득했던 것.

그는 제대 후 예술대학이 아닌 종합대학인 제주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결코 꿈을 향한 끈을 놓지 않았다. 주변의 만류도,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던 '아웃사이더'였지만 그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란 스스로의 믿음이 있었다.

그의 끊임없는 모습에 응원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갔다. 제주영상위원회는 촬영장비 대여는 물론, 교육·교류 프로그램 등을 물심양면 지원했고, 사단법인 청년제주는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탐방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헐리우드 탐방 당시 칸영화제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준비했던 '포구'를 출품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이 같은 지역사회의 응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다.

향후 계획을 붇는 질문에 문씨는 "처음엔 창작에 대한 재미로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하다보니 점점 사명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이번 작품 '포구'도 그렇듯 앞으로도 우리가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될 사람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어 "영화감독은 이야기와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작은 씨앗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역할을 통해 앞으로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미소지었다.

문씨의 단편영화 '포구'는 오는 25일(현지 시간) 제70회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첫 상영될 예정이다.


mro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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