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탈당파, 왜 '개혁 깃발' 버렸나?…'보수결집'에 제 살길 찾아

바른정당 창당한 지 100일도 못채우고 결국 탈당사태
창당 초기 개혁보수 기치 버리고 표 따라 한국당행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2017-05-02 15:45 송고 | 2017-05-02 17:35 최종수정
바른정당 비 유승민계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및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7.5.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바른정당 비 유승민계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및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7.5.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바른정당이 창당 99일만인 2일 집단 탈당 사태로 맞으면서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바른정당 소속 권성동·김재경·김성태·김학용·박순자·박성중·여상규·이진복·이군현·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탈당을 선언했다.

그동안 개혁보수를 외치며 자유한국당을 향한 맹공을 퍼부어 왔던 이들은 전날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회동을 한 뒤 이날 오전 다시 한 차례 회의를 거쳐 홍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당을 비판하던 이들이 '친북좌파-패권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탈당을 선택한 것은 낮은 당 지지율과 지역구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창당 준비과정에서는 여론을 등에 엎고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나서는 등 기세등등 했지만 정작 창당 이후 낮은 지지율이 이어지자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낮은 지지율을 보이면서도 보수후보 단일화를 거부한 유승민 후보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3%대에 머무르고 있는 바른정당과 유 후보의 지지율로는 보수후보단일화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바른정당 지지세력 자체가 기존 보수에 대한 염증을 느낀 중도층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국민의당이 아닌 한국당 행을 택한 것 자체가 일종의 자기 모순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 비 유승민계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탈당 등 향후 거취를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2017.5.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바른정당 비 유승민계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탈당 등 향후 거취를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2017.5.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그럼에도 이들이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은 현재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당에서 대선을 치른 이후 지방선거에서 보수 세력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재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소속 정당의 기초단체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바른정당이 창당에 대한 시각 자체가 현재 바른정당에 잔류하고 있는 의원들과 다르다는 점도 지적된다.

탈당을 선택한 의원 대다수는 창당 초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당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보수세력을 집결시켜 향후 한국당과의 연대까지 생각했지만 뜻하지 않은 반 전 총장의 낙마로 인해 기존에 세웠던 계획 자체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반 전 총장 낙마 이후 유 후보의 유세장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구에서의 반발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소속으로 보수층을 중심으로 당선된 이들은 바른정당 창당 이후 지역내에서 비판 목소리를 받아 왔다.

이에 바른정당 체제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는커녕 한국당에서 뒤처질 것으로 보이자 창당 초기의 '개혁보수'라는 깃발을 버리고 일단 발등에 급한 불부터 끄자는 현실론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탈당을 한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표로 먹고사는데 보수가 한국당으로 결집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타협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jrkim@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