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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혈투…호남의 '낯선' 대선 풍경

앞다투어 광주행, 뜨거운 첫 열기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2017-05-01 08:03 송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두 팔 벌려 화답하고 있다. 2017.4.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두 팔 벌려 화답하고 있다. 2017.4.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광주 북구 우치로 전남대 후문 앞에서 지역 거점 유세를 펼치며 인사하고 있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17일에도 광주를 찾아 5.18 민주광장에서 지역 유세를 펼친 바 있다. 2017.4.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광주 북구 우치로 전남대 후문 앞에서 지역 거점 유세를 펼치며 인사하고 있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17일에도 광주를 찾아 5.18 민주광장에서 지역 유세를 펼친 바 있다. 2017.4.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5·9 장미대선'을 앞두고 광주가 선거 유세의 중심지이자 각축장이 되는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유력 야권 대통령 후보들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직접 광주를 방문하고 후보 부인들까지 가세해 광주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며 '내조 정치'를 벌인다. 당 대표와 선대위원장 등 핵심지도부들도 매일같이 호남을 찾아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6차례의 대선을 치르면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광주가 이처럼 선거운동의 중심이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는 그동안 야권의 심장부이자 정통 민주당의 아성으로 야권 특정 후보에게 9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줬다.

역대 대선 후보 지지율을 보면 광주는 1992년 14대 대선에서 당시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게 95.84%의 지지를 보냈다.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는 2.13%였다.
15대 대선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97.28%,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1.71%, 16대 대선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95.17%,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3.57%의 지지를 보냈다.

17대 대선에 나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만 상대적으로 낮은 79.75%,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8.59%였고 지난 18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91.97%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7.76%였다.

대선 때마다 당명은 조금씩 달랐으나 민주당의 적통을 잇는 정당에 몰표를 몰아준 셈이다.

이는 반세기 동안 차별받고 소외당한 호남의 한이었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 대선 후보가 되면 압도적 지지가 이어지다 보니 민주당은 당내 경선이 곧 본선이라고 할 정도로 치열했다.

후보들은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 광주를 잇달아 찾아 지지를 호소했지만 후보가 확정되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선거운동에 주력했다.

본선에서 광주는 상대적으로 조용했고 야권 대선 후보들의 광주 방문도 의례적인 한두 차례 방문이 전부였다. 그래도 몰표는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5·9대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민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광주가 대선전의 한복판에 서고 있다.

우선 대선후보들의 호남 방문이 크게 늘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17일 이후 10여일 새 각각 두 차례씩 호남을 찾았다. 남은 기간 추가 방문도 예고하고 있다.

문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이틀째인 지난 18일 광주를 방문해 충장로와 금남로에서 집중유세를 벌이고 국민통합과 지역발전을 담은 '광주비전'을 제시했다.

또 황금연휴 첫날인 29일에도 전북 익산과 전남 순천, 광주, 목포를 차례로 방문하며 무려 1000㎞에 달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와 격차를 벌리고 있는 문 후보는 이날 광주 충장로 유세에서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며 정권교체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안 후보는 지난 17일 선거운동 첫날 첫 목적지로 호남을 선택했다. 안 후보는 전북을 거쳐 광주 광산구 평동 자동차부품산업단지와 서구 양동시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민생 행보를 보였다. 광주 금남로에서 '시민이 이깁니다'라는 주제로 '광주 국민 승리 유세'도 펼쳤다.

일주일 뒤인 지난 24일엔 전남 목포와 나주, 광주 등 3곳을 돌며 '텃밭사수'에 안간힘을 썼다. 목포에선 '목포의 눈물'을 열창하고 전남대 후문 유세에선 "호남을 무시하는 민주당에 다시 속아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노동절인 5월1일을 비롯해 선거일인 9일 이전에 두 번 정도 더 호남을 찾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16일 오후 광주시청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광주시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서로 악수하고 있다. 2017.4.1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16일 오후 광주시청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광주시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서로 악수하고 있다. 2017.4.1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대선 후보 부인들의 잇따른 광주 방문과 호남 민심잡기 행보도 낯선 풍경이다.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적극적인 호남 공략에 나서면서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대선 후보 부인이 광주에서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선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문 후보 부인 김 여사는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광주를 찾아 지역민들과 소통해왔고 지난 11일부터는 광주에서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배식 봉사와 광주지역 경로당을 돌며 시민들을 만났고 20일엔 전남 도민체전 개막식, 21일 목포, 22일 구례를 찾아 문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24일엔 광주 서구 양동에 있는 일명 '노무현 국밥집'을 찾아 시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호남특보'라는 별칭과 함께 지역 내 남아있는 '반문(반문재인)정서'를 누그러뜨리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후보 부인 김 교수도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1~2회씩 호남지역을 '조용히' 방문해 안 후보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전남 여수가 친정인 점 등을 내세우며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광주와 전남을 누볐다.

29일엔 딸과 함께 광주 무등산국립공원 입구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했다. 또 함평 나비축제장과 영암 국제자동차 경주장,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 등을 방문하고 빛고을관등회 제등행진에도 참여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들이 총출동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것도 색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은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이 선거운동 첫날부터 이틀 연속 광주에 내려와 문 후보 지원에 나선 데 이어 DJ 3남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YS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도 손을 맞잡고 문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29일엔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박영선·김부겸·송영길·노웅래·박주민·조응천·손혜원·임종성 의원, 이용섭·강기정·박혜자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이 총출동해 문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당 대표 겸 상임중앙선대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 박주선 부의장 등이 연일 광주전남지역을 돌며 문 후보에 대한 맹공격과 함께 안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박 대표는 '문 후보 호남 홀대'와 '거짓말',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직접 거론하며 막강화력을 쏟아내 이슈메이커로 등극했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도 지난 26일 광주·전남 일대에서 안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며 화력을 보탰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문제 등을 놓고 안 후보와 갈등을 빚은 후 칩거해오다 지난 24일 안 후보 지원을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지원에 나섰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이 선거 한복판에 선 이유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호남민심을 얻어야 대선 승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야권 맹주'로서 호남지역의 주도권 여부는 물론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 등 정치적 생명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선 때와 달리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한치의 양보 없이 총력전을 벌이면서 광주의 대선 열기가 뜨겁다"며 "호남의 결정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향후 호남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양당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ofate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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