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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에 묻다①] '성적지향' 인정…"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유력 후보들 성소수자 인권 인식 오히려 '후퇴'
차별금지법 기독교계 반발로 번번이 무산…이번엔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7-04-28 06:00 송고 | 2017-04-28 08:46 최종수정
지난해 6월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2016.6.26/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지난해 6월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2016.6.26/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동성애에 반대합니다." 유력 대통령 선거 후보가 공식적인 TV토론회 자리에서 밝힌 이 한마디에 '동성애는 찬·반의 논리로 볼 게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임을 주장해온 성소수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성소수자들은 그간 차별과 혐오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며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차별금지법은 성적지향(동성애)를 비롯해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피부색, 종교, 사상,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5년 만에 한차례 치르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도 그때뿐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은 물론 세인들의 뇌리에서 순식간에 잊혀지곤 했다. 성소수자들은 이번 대선 과정 역시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그들의 오랜 숙원이 과거의 행태를 답습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퇴한 대선 후보들의 성소수자 인권 인식
지난 5일 10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대선에 출마한 각 후보들에게 성소수자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그동안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 해달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질의서를 받은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다섯명의 유력 후보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답변을 한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뿐이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답변을 거부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과 대선 후보들의 인식은 오히려 시간이 지났음에도 후퇴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 후보 측은 "사회적 합의 도출과정이 선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의 인권선언'을 발표하며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약속했었다. 최근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의 만남에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며 4년 전의 인식과는 한참 동떨어진 입장을 내놓았다.

입장이 유보된 것은 지지율 2위 후보인 안철수 캠프 측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사회적으로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공론화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차별금지법의 즉각적인 제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안 후보 역시 지난 2012년 대선 국면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었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지난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군 동성애 문제가 국방 전력을 약화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홍준표 후보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동의했으며 이어진 "동성애에 반대하냐"는 질문에는 "반대한다"고 답해 논란을 빚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성소수자들 '정치적' 요구 더욱 강해져

이런 후보들의 유보적인 입장과 달리 성소수자들의 입장은 점차 더 확고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2017년 대선 GAY SUMIT(게이서밋) 300'을 열고 게이들의 대선 요구안을 수렴했다.

게이서밋을 통해 마련된 요구안의 첫번째 요구안 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이었다. 이외에도 동성결혼의 법제화, 군인의 동성애를 원칙적으로 범죄로 규정한 군형법 제92조 6항의 폐지 등이 차기 정부에 대한 요구안에 담겼다

앞서 언급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등 다양한 성소수자 단체가 참여해 대선 후보들을 감시하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이서밋에 참가했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한가람 변호사는 "지난해와 올해 촛불을 통해서 억눌려 왔던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평등 인식과 시민의식도 그만큼 높아져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대선후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일부 극단적인 세력의 혐오적 생각을 후보들이 거부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단 한 사람이 차별 받는 것은 곧 모든 사람이 차별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므로 소수자들을 포용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공약 사항' 기독교계 반발로 무산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과거 노무현 정권의 공약사항이었고 이미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안을 발의해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기독교계의 반발로 입법이 무산됐다.

2007년 법무부가 성별, 장애, 인종등 차별을 금지하는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의회선교연합 등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를 확산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할 수 없게 되고 법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게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법무부는 학력, 성적 지향, 병력, 출신 국가 등 7개 항목을 제외한 채로 법 제정 진행에 나섰고 시민단체들은 법안이 차별금지법이 아닌 '차별조장법이 됐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2008년 8월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010년과 2012년에도 차별금지법 시도가 있었으나 계속되는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2013년도 2월에도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김한길 의원회 최원식 의원이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기독교계의 반대로 법안 발의가 철회됐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주장해온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관계자는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이를 반대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신앙 표현, 양심의 자유 등이 제약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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