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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참정 보장' 알제리 선거, 여성이 안 보인다

"현행법상 입후보자 15%는 여성이어야"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17-04-24 15:51 송고
(현지 매체 캡처) © 뉴스1
(현지 매체 캡처) © 뉴스1

다음 달 4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둔 알제리의 선거 포스터는 자세히 보면 좀 이상하다. 여성 후보들이 이름만 있고 얼굴이 나와야 할 부분에 사진 대신 하얀 빈 칸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

24일 영국 BBC에 따르면 알제리 동부 보르즈부아레리즈주 선거에 나선 사회주의자전선(FFS) 등 최소 5개 야당이 포스터에서 여성 후보들의 얼굴을 내보내지 않아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알제리 현행법상 이는 명백히 '불법'이다.

알제리 내 독립적 선거감시기구인 '독립 선거감시 고위기구'(HIISE) 관계자 하산 누이는 "이런 식의 침해 행위는 위험하다"며 "합법적이지 않을 뿐더러 모든 법과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다. 어떤 시민이든 본인이 누구를 뽑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슬람 성향 야당들은 "여성의 얼굴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노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이슬람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운다.

야당 알제리 국민전선(FNA)의 무사 투아티 대표는 이들이 "정치인이지 패션 모델이 아니다"라며 "우리 후보들에게 포스터나 전단에 얼굴을 보여주라고 지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거세게 반박했지만 결국 논란이 된 정당들은 결국 여성 후보들의 사진을 포스터에 집어넣기로 동의했다. 

알제리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선거법에 따라 전체 후보의 최소 15%가 의무적으로 여성에 할당된다. 그만큼 아프리카 주변국에 비해 여성의 정치 활동이 비교적 독려되는 분위기다. 

알제리의 정치 개혁을 적극 지지한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 덕에 법이 도입된 직후인 2012년 알제리 의회내 여성 의원은 전체의 31%에 달했다. 당시 알제리의 여성 정치인은 아랍 국가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었고 전 세계에서는 26번째였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법의 시행은 미미했다. 이번 '얼굴 없는' 여성 후보 포스터를 내건 곳 대부분도 수도 알제나 대도시가 아닌 외딴 지역, 소규모 마을에 국한돼 있다. 대다수가 종교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들이다.

이처럼 여성 후보들의 얼굴이 포스터 상에서 가려지거나 '없어지는'(?) 일은 알제리 말고도 특히나 이슬람 국가에서는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 2011년 이집트 총선에서도 이슬람 원리주의 살라피즘 정당들이 여성 후보의 얼굴 대신 '꽃 그림'을 끼워넣어 논란이 됐었다.

알제리가 역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성의 정치 활동이 활발한 축에 속한다고는 해도 완전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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