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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척 없는 세월호 내부수색, 선체절단 확대하나

수색작업 지연에 미수습자 가족들 대책 촉구
절단 시 선체 안전 위협·사고원인 규명 힘들어

(목포=뉴스1) 박영래 기자, 이후민 기자 | 2017-04-23 09:41 송고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코리아 쌀베지 직원들이 세월호 좌현에서 새로운 출입구를 확보하기 위해 천공작업을 하고 있다. 2017.4.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코리아 쌀베지 직원들이 세월호 좌현에서 새로운 출입구를 확보하기 위해 천공작업을 하고 있다. 2017.4.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세월호 선체 내부수색이 23일로 엿새째를 맞았지만 좀체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대안으로 선체를 절단하자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원인 규명작업이 아직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고 절단 시 선체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어 해수부와 선체조사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 "추가 수색 대책 내놔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21일 목포신항만 외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의 선내수색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원회, 코리아샐비지는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선체조사위원회는 미수습자 가족, 정리업체인 코리아샐비지와 만나 수색방법 변경 등에 관해 논의를 진행했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논의 결과에 대해 "세월호 선체 수색 대상 구역 중 지금 작업이 지지부진한 공사가 어려운 부분 외에 작업이 쉽게 진행될 수 있는 구역에 대해서도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고, 천공 추가나 확대에 대해서는 전문가를 통해 대안을 가져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선체에 전부 수색 대상으로 한 부분이 29개 구역이 있는데, 그 중 3개가 지금 작업이 지지부진한 난공사 부분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나머지 26개 가운데 절반 이상은 들어가기도 쉽고, 작업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색 방법 변경을 촉구한 데는 서너명의 작업자들이 들어가 손으로 진흙을 퍼내는 지금의 수색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고 7m 높이로 쌓여 있는 지장물과 진흙 등 장애물을 치우면서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4층의 경우 지금까지 겨우 6∼7m를 진입하는 데 그치고 있다.

무너져 내린 벽체 등 일부 지장물을 제거하고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양동이에 퍼담아 선체 밖으로 꺼내는 작업은 전적으로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4층 A데크 좌현쪽 구간들은 대부분 위에서 떨어진 석고보드나 카펫 위에 펄이 뒤엉켜 삽으로 작업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세월호 선내수색 작업 닷새째인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에서 한 어린이가 추모 리본에 새겨진 글귀를 읽고 있다. 2017.4.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세월호 선내수색 작업 닷새째인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에서 한 어린이가 추모 리본에 새겨진 글귀를 읽고 있다. 2017.4.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또 내부의 비좁고 미로같은 구조나, 작은 진출입구 등으로 인해 크기가 큰 지장물은 쉽게 배 밖으로 꺼내기도 어려운 상태여서 천공 등 선체에 대한 추가적인 훼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코리아샐비지 관계자는 "선내의 펄은 삽도 못 댈 지경이라 거의 손으로 뜨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라고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체절단 대안으로 떠올라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당초 3개월간 수색작업을 진행해 7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처럼 작업 지연이 이어지면 수색은 상당기간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수습작업이 1년 넘게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때문에 미수습자 가족들이 선체절단을 최소화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나 선체절단을 포함한 제2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수습자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바깥보다 배 안은 온도가 10도가 높다고 하고 미생물도 자라고 있다"며 "펄은 부패될 거고 냄새가 계속 날 텐데 9명을 내버려두고 시간을 끈다면 6,7월에 어떤 상태가 될지 생각해 달라. 사람이 안 다치고 진상조사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사람을 찾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선체조사위원회 역시 미수습자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체절단 등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객실부를 절단하면 더 많은 작업자들이 한꺼번에 투입되고 일부 기계장비도 투입돼 수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절단의 최대 관건은 선체 안전성 문제

하지만 선체 절단시 선체 안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3년 동안 바닷물에 잠겼던 배가 열과 햇빛을 받아 산화나 부식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세월호 선내수색 작업 닷새째인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47세)씨가 든 손피켓에 허다윤양의 사진이 비치고 있다. 2017.4.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세월호 선내수색 작업 닷새째인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앞에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47세)씨가 든 손피켓에 허다윤양의 사진이 비치고 있다. 2017.4.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3층이나 4층 객실부의 경우 객실과 객실을 구분하는 간이벽은 대부분 무너져 내려 아래쪽(좌현)에 쌓여있고 철재 벽(steel wall)만 남아 버티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철재벽에 대한 절개나 절단이 이뤄질 경우 붕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아직 선체조사위 업무의 또다른 한축인 사고원인 규명작업이 시작되지 못한 상황에서 선체를 훼손하는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과정 점검과 사고 원인 규명, 선체 보존 여부 등을 담당하는 선체조사위원회가 조직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빨라야 6월 말에나 가능하다.

때문에 선체조사위는 정식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특별법 제25조에서 30일 이내로 가능하도록 규정한 사전조사기간을 적극 활용해 진상조사를 앞당긴 뒤 선체절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와 관련해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선체 증거 조사를 조기에 하고 완벽하게 조사가 이뤄지면 선체 자체는 증거물로서의 가치는 옅어질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선체 보존의 문제겠지만, 증거조사가 끝나면 선체를 조금 더 과감하게 파손한다든가 절단한다든가 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yr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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