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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시 '통합선발' 움직임…전공 선택권 VS 학과 구조조정

이화여대·중앙대 등 올해부터 잇따라 도입
인기학과 쏠림현상, 학문 다양성 상실 우려도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7-04-15 07:00 송고
이화여자대학교 전경(뉴스1 DB) © News1
이화여자대학교 전경(뉴스1 DB) © News1

서울 소재 대학 정시모집에 학과·전공별 선발이 아닌 자유 전공 형태로 신입생을 뽑는 '통합선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화여대·중앙대 등이 2018학년도 정시모집부터 통합선발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인기학과 쏠림현상과 비인기학과 폐지 가능성, 학문의 다양성 상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올해 정시모집에서 통합선발 방식을 처음으로 운영한다. 총 정시모집 선발인원 651명 중 389명(59.8%)을 통합선발 방식으로 뽑는다. 이는 정원 관리가 필요한 의예과·사범대·예체능 등 일부 모집단위 선발인원을 제외한 수치다.

신입생들은 학부·학과를 정하지 않고 이른바 '무(無)학과'로 입학한다. 이들은 1년 간의 전공 탐색 기간을 갖고 2학년 진학 후에는 41개 전공(의예과·사범대·예체능 제외) 가운데 희망 전공을 택하게 된다. 이대는 일단 전공별 정원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성대는 한 해 먼저 정시 통합선발을 시행했다. 전년도 정시모집에서 예체능 계열(66명)을 제외한 총 338명을 이러한 방식으로 뽑았다.   

현재 2017학번 신입생들은 전공 탐색 중이다. 내년에는 40여 개 학부와 트랙(전공별 세부 단위) 중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을 정하게 된다. 각 학부·트랙에는 이대와 마찬가지로 정원 제한이 없다. 한성대는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신입생을 뽑기로 했다.

중앙대는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전공개방제를 도입한다. 단과대 내 통합선발의 개념이다. 단과대별로 신입생을 뽑고 2학년 때 단과대 내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중앙대는 2016학년도 대입에서 광역모집제라는 비슷한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전공개방제 운영 단과대는 서울캠퍼스의 공과대·창의ICT공대와 안성캠퍼스의 생명공학대 등 3곳이다. 각 단과대는 모집인원의 20% 내 범위에서 선발인원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된다. 

대학이 통합선발을 도입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우수 학생 확보를 위해서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통합선발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전공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장점 덕분에 이전 선발방식보다는 학업역량이 뛰어난 학생이 지원할 가능성이 크고 대학 입장에서도 우수 학생을 선발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 경쟁력 강화 목적도 있다. 한성대 관계자는 "통합선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 학부·트랙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덩달아 이 과정에서 학부·트랙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곧 대학 경쟁력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산업 수요 변화에 따른 학사 개편 취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나 4차산업혁명시대 대응을 위해 소위 유망·선호학과 정원은 늘리고 비선호 학과는 줄일 수 밖에 없는 게 대학의 현실"이라면서 "다만 대학이 강제로 정원을 줄이면 학내 반발이 크기 때문에 학생의 선택을 통해 자연스럽게 개편이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선발 대학의 한 교수는 "학교 측의 통합선발 도입은 학생의 전공 선택 자유 보장보다는 비인기학과 구조조정에 더 방점을 둔 조치"라며 "대학은 학문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순수 학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기업 논리 혹은 경제 논리로만 판단하는 게 다소 아쉽다"라고 주장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2016학년도 광역모집제 시행 과정에서 인기 전공 강의에 학생들이 몰려 이른바 '콩나물시루 강의실'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도 "학사제도 유연화가 가져올 학생 간 무한경쟁과 소속감 박탈, 공동체의 붕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2019학년도 정시모집부터 통합선발을 도입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합선발을 도입한 한 대학의 관계자는 "올해 통합선발 운영 대학의 정시 경쟁률이나 합격선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 제도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서울 소재 대학이 서너 곳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이 고려하는 수치들은 오르면 올랐지 낮아질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검토 중인 대학들도 내년도부터는 통합선발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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