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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갈등]외국어?한국어? 말부터 하늘과 땅…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 부장 문자에 '끙끙'…'줄임말'에 신세계
'연애·결혼' 넘어 '탄핵정국'까지…대선과정서 증폭 우려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17-04-16 07:00 송고
기원전 425년 소크라테스가 "요즘 애들은 폭군"이라며 암울한 미래를 개탄하고 이집트 피라미드에 새겨진 상형문자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글귀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세대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을 둘러싼 세대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 보인다. 끝날 줄 모르는 청년실업, 베이버부머 세대의 대거 은퇴 등으로 인한 노인빈곤, 확실하지 않은 고용·연금·수당제도, 최근 국정농단과 장미대선을 앞둔 세대결까지….

실제 한 설문조사 기관에 따르면 국민의 83.6%는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7명 이상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하니, 미래세대까지 세대갈등을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지역 초등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와 줄임말/자료제공=대구시교육청© News1
대구지역 초등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와 줄임말/자료제공=대구시교육청© News1

◇'더 럽'이라는 10대 딸의 말에 화들짝 놀란 아빠

새내기 직장인 정모씨(28)는 최근 부장으로부터 "자네…내일 출근하면…내 자리로 좀…오게…"라는 문자를 받고 밤잠을 설쳤다.

정씨는 "…에 담긴 의미가 뭔지 한참 동안을 고민했다"라며 "잘못한 게 없는데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고 뭔 일인가 걱정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오전 정씨에게 부장은 서류 하나를 건네며 "이것 좀 처리해 달라고 불렀네"라고 말했다.

정씨는 "별다른 일이 없어 다행인데 도대체 말 줄임표를 왜 쓰셨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라며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부장 특유의 문자습관인 걸 알았다"라며 허탈해하며 웃었다.

고등학생 딸을 둔 김모씨(48)는 퇴근 뒤 딸로부터 "우리 아빠, 더럽" 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김씨가 "나 씻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자 김씨의 딸은 "아빠, 그것도 몰라? 더 럽(The Love)이야, 사랑한다고"라고 말했다.

졸지에 '아재'가 된 김씨는 이번 기회에 딸에게 요즘 젊은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줄임말 등을 배웠다.

순살치킨인 줄만 알았던 '순삭=순간삭제', 장례식장에서만 쓰이는 줄 알았던 '문상=문화상품권', 엑셀 수식 합계인 줄만 알았던 '썸=연애 전 탐색 관계', 어느 나라 항구인 줄도 몰랐던 '대민만=대한민국만세', 전봇대 등인 줄만 알았던 '새등=새벽 등교', 58년 개띠가 생각나는 '1958=일국오빠', 조선시대 궁이 떠오르는 '안물안궁=안 물어봤음 안 궁금함'…. 김씨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김씨는 "가뜩이나 언론 등에서 '세대차이가 심각하다'라고 하던데 진짜로 이렇게 쓰는 말 자체가 다르니 깜놀(깜짝 놀랐다)했다"라며 "이번 기회에 좀 더 이런 말들을 많이 배워 아이와도 소통하고 직장에서 후배들과도 더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뉴스1 DB.
/뉴스1 DB.

◇7포 세대의 젊은이들, 부모세대와 전방위로 갈등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김모씨(30)는 매 주말이 전쟁이다. 예비신부와 함께 예식장 섭외와 이른바 '스드메'로 불리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물과 예단 준비, 신혼여행 계획, 전셋집 구하기로 정신이 없다. 

김씨는 "둘이서 모든 걸 다 준비하는 게 사실 힘에 부친다"라면서 "부모님들은 결혼식이 결정만 하면 쉬운 줄 알지만 일생 한 번뿐인 결혼이 쉬울 일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씨의 아버지 김모씨(65)는 "우리 때 결혼이야 눈만 맞으면 하는 게 결혼이라지만 요즘 애들 결혼이 그러냐"라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데 괜한 간섭으로 애들에게 스트레스 줄까 걱정"이라고 답했다.

독신을 꿈꾸는 대학원생 이모씨(28·여)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요구하는 아버지 때문에 부모 집을 찾은 지가 오래다. 아버지의 연애, 결혼에 대한 압박 때문.

이씨는 "연애와 결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 오래지만 아직 부모님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라며 "나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시길 바라지만 아직은 못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애와 결혼, 출산을 넘어 인간관계, 내 집,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이른바 7포 세대의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세대와 갈등 아닌 갈등 중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으로 세대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세대갈등 등으로 분열된 국론의 통합을 이루겠다고 나섰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김모씨(68·여)는 "정치권이 세대갈등을 더 부추기면 부추겼지 통합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세대갈등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정치권은 그를 이용만 했지 해결하지 못했고, 그런 문제가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탄핵정국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원 이모씨(27·여)는 "이번 탄핵정국을 통해 어르신 세대와 우리 세대의 명확한 입장차가 드러난 만큼 갈등이 치유되기보다는 더욱 벌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치권 역시 자신들의 세를 불리기 위해 거리로 나온 촛불과 태극기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98회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탄핵 반대 집회가 마무리되는 사이 광화문 광장으로 '박근헤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가한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제98회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탄핵 반대 집회가 마무리되는 사이 광화문 광장으로 '박근헤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가한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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