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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재앙]'친환경차'가 능사?…환경부 미세먼지 예산 70% 집중

전문가들 "접근 용이한 친환경차 보급 치중 문제"
전기 생산에도 미세먼지 발생…"경유차 무조건 배척 곤란"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7-04-11 06:10 송고 | 2017-04-11 09:01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미세먼지 공습에 맞선 정부 정책이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자동차 배출가스 관리, 그중에서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에 집중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차의 대량 보급은 결과적으로 전력 수요의 증가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최대 발전원(2015년 기준 39.4%)으로 하는 우리나라 전력생산 구조를 그대로 두는 한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1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6월 환경부를 비롯한 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친환경차 보급, 경유차 배기가스 관리 강화 등 자동차 관련 정책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정부의 판단은 2013년 기준 수도권 PM2.5(지름이 2.5㎛ 미만인 초미세먼지, 1㎛는 1000분의 1㎜)의 배출기여도에서 경유차가 29%로 1위를 차지했다는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전국 단위로 확대해 보면 경유차는 PM2.5 배출기여도에서 11%로 4위에 불과했고 가장 큰 관리대상은 41%의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인구밀집으로 상대적으로 차량 운행이 많고 공장 등이 적은 수도권에서 사업장 기여도는 낮고 경유차 기여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 단기적인 효과만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을 이유로 산업부문을 손보려면 10~20년의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에너지부문 또한 간단히 정책을 바꿀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그러다보니 미세먼지 배출기여도도 어느 정도 있고 가장 규제가 수월한 자동차 부문을 정부가 손을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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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저감대책이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보급에 쏠려 있는 점도 문제다.

환경부는 올해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예산 4509억원 중 절반이 넘는 2496억원(55.3%)을 친환경차 보조금으로 책정했다. 이들 차량의 원활한 사용을 위한 완속·급속충전기 보급, 충전시설 확충 등에 들어가는 예산 697억원까지 합하면 전체 미세먼지 예산의 70.8%가 친환경차 보급에 들어가는 셈이다.

미세먼지 저감에 있어 친환경차량 보급의 효율성도 논란의 대상이다.

환경부가 지난 7일 발표한 '2017년 주요 미세먼지 삭감 실적 및 계획'에 따르면 친환경차 1대 보급 시 연간 0.1㎏의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후 경유차를 1대 폐차하면 연간 1.5㎏, 경유 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버스나 CNG하이브리드 버스로 대체하면 25㎏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차 보급보다 효율이 15배, 250배 높은 셈이다.

친환경차에는 대당 수소차 2750만원, 전기차 1400만원, 하이브리드차 100만~500만원 등 평균 1400만원대의 정부 구매보조금이 지원된다.

CNG 버스와 CNG하이브리드 버스 교체 국비 보조금은 600만원과 3000만원이며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금은 80만원에 불과하다. 비용 대비로 봐도 조기 폐차나 경유 버스 교체가 100~200배의 효율을 보인다.

CNG 하이브리드 버스.© News1 이승배 기자
CNG 하이브리드 버스.© News1 이승배 기자

최근 미세먼지 저감 효율이 높아진 배출가스 후처리장치(DPF)의 장착으로 기존보다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이산화탄소(CO2) 배출에 있어 유리한 경유 차량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2015년부터 유럽연합(EU)이 도입한 경유차 배기가스 최신 규제단계이자 유로5 대비 질소산화물(NOx) 규제가 5배 이상 강력해진 유로6 기준을 충족한 차량만 출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이미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최근 에너지 효율과 대기오염 저감 효율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디젤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아 무조건 규제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옳지 못하다"며 "충전기술과 충전장치 등에 대한 표준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친환경차의 보급을 서두르기보다 깨끗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널리 이뤄질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디젤 기술을 병행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가 미세먼지의 또 다른 유발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 교수는 "대표적 친환경 차종인 전기차의 경우도 발전량의 90%를 수력 등 친환경 발전으로 확보하는 노르웨이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온전한 친환경 차량이라고 할 수 없다"며 "'경유차는 나쁘다'는 식의 감상적인 접근을 통해 정부와 기업이 친환경 차량 보급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고효율 저감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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