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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돌아온 고선웅을 반겨준 다섯 남자…창극 '흥보씨'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4-05 08:03 송고
창극 '흥보씨' 공연장면 © News1
창극 '흥보씨' 공연장면 © News1

연극 연출가 고선웅(49)이 국립창극단 '흥보씨'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춘향가' 등과 더불어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흥보가'를 원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에 맞게 창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4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흥보씨' 시연회는 고선웅 연출가와 국립창극단이 의기투합해 얼마나 단단하게 힘을 합쳤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고 연출가는 앞서 창극단의 최고 흥행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2014년 초연)를 연출한 바 있다.
창극 '홍보씨'는 창극단과 고선웅에게 '간절한 만남의 결실'이라고 할 만하다. 창극단과 고선웅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이후 각자 오페라와의 만남을 시도했으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창극단은 창극의 현대화를 위해 오페라 창극 '오르페오'(2016년 초연)를 선보였으나 혹평을 면치 못했고, 고선웅은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 '맥베드'를 통해 오페라 연출로 데뷔했으나 지휘자 구자범의 명성에 가려졌다.

창극단은 고선웅을 위해 소리꾼 이자람(38)에게 음악감독을 맡기고 인디밴드 '실리카겔'의 보컬·기타리스트인 김민수(25)에게 조감독을 맡겨서 판소리와 현대음악의 조화를 추구했다.

특히 창극단의 20~30대 남자 판소리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흥보 역의 김준수와 놀보 역의 최호성이 보여줄 ‘브로맨스’를 비롯해 마당쇠 역의 최용석, 원님 역의 이광복, 제비 역의 유태평양 등이다. 판소리와 창극에 있어서 이들을 빼놓고 꼽을만한 배우가 2013년 창극단을 떠난 남상일과 경기잡가 이희문 정도라는 것을 고려할 때 최상의 캐스팅이라는 평가다.
이런 지원을 받은 연출가 고선웅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하지만 어려웠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흥보가'를 창극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개연성이 있는 흐름으로 재밌게 만드는 것이었다.

고선웅은 원작 '흥보가'에 없는 이야기를 추가해 창극 '흥보씨'를 보강했다. 여자를 속여서 돈을 버는 사기꾼을 '제비'라고도 부르는 것에 착안해 새가 아닌 사람 '제비'가 등장하고, 흥부가 주워온 아이라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집에서 쫓겨나는 과정에서 개연성을 단단하게 채웠다.

다만, 이런 색다른 각색을 통해 '흥보씨'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만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1부와 2부로 나눠진 창극 '흥보씨'는 이야기가 다채롭고 화려해졌으나 과감한 생략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지루한 느낌이 있었고, 고선웅 특유의 '성령강림식 화려한 마지막 장면'이 식상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단 달오름극장. 입장료 2만~5만원. 문의 (02)2280-4114

창극 '흥보씨' 공연장면 © News1
창극 '흥보씨' 공연장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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