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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VS 태극기 갈등'은 '5070 세대' 균열 탓…대책 필요

한국민주주의연구소 보고서, 소외된 '5070 세대'가 태극기로 표출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7-04-02 17:25 송고
2일 오후 경남 진영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 일대에서 국민저항본부(구 탄기국)가 대한민국 자유수호 집회를 열고 있다. 2017.4.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2일 오후 경남 진영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 일대에서 국민저항본부(구 탄기국)가 대한민국 자유수호 집회를 열고 있다. 2017.4.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과정에서 드러난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의 갈등은 세대 문제가 아니라 '5070' 중장년층의 균열, 특히 이들이 느끼는 사회적·경제적 소외감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극단적인 분열 양상은 청년과 노년층의 세대갈등이라기 보다 그간 소외됐던 보수 성향 5070세대가 전면에 나서 부각된 현상이기에 이들을 포용할 제도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산하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펴낸 보고서 '촛불, 태극기, 그리고 5070세대 공감'은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5070세대의 균열에 주목했다.
 
지난해 10월29일 1차 촛불집회 이후 민간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권력사유화에 분노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일어났다.

보고서는 "촛불집회와 함께 태극기집회가 부각되면서 현재의 상황은 마치 매번 반복됐던 선거에서의 세대갈등이 광장에서의 세대갈등으로 옮겨온 듯 하다"면서도 "면밀히 살펴보면 상황이 복잡하다"고 진단했다. 

'촛불 대 태극기'가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세대갈등으로 비춰졌지만, 태극기집회에도 젊은이들이 참여했고 촛불 집회 역시 5070 세대가 상당수 가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2017년 신년여론조사 결과, 이번 촛불집회에 50대 23.5%, 60대 이상 10.4%가 참여했다. 2008년 이른바 '광우병 촛불집회'와 비교하면 각각 3.5배, 5배 늘었다.

보고서는 "그 이전 촛불집회의 5070세대 참여자가 대체로 진보성향의 호남 거주자들이었다면 이번 촛불집회에는 중도 내지는 보수성향의 영남거주자들도 가세했다"며 진보적 입장을 갖는 중장년층을 '구촛불 5070세대', 새롭게 촛불집회에 가담한 이들을 '신촛불 5070세대'로 명명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깰 정도로 전대미문의 사건이기에 보수적인 5070세대마저 촛불을 들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순실과 그 집안으로 대표되는 극소수의 비선실세가 모든 결정에 관여했고 그들에게 모든 혜택이 집중됐다"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진보 진영만 배제된 것이 아니라 보수의 상당수도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촛불에 맞선 태극기 집회를 5070세대가 주도한 것도 사실이란 점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촛불집회가 정치적 상식의 회복을 염원하는 집합행위라면 태극기집회는 상식을 깨뜨리려고 하는, '비상식'을 위한 집합행위"라며 태극기 집회에 유독 나이든 세대가 많고, 이번 탄핵 사태와 별다른 관련이 없지만 집회에서 '색깔론'이 활용된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5070세대는 6·25를 직접 또는 간접 경험한 전쟁세대나 전쟁 전후의 베이비부머세대"라며 "전쟁에 대한 공포를 간직한 세대라 안보문제, 색깔론은 언제든지 이들을 동원하고 결집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왜 좋았던 과거에 계속 머물러 있고자 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노인자살률과 빈곤율, 반면 최하위 노인행복지수 등을 대비시켰다.
 
보고서는 "그것은 현재가 너무나 비참하기 때문"이라며 "최하위, 사회적으로 '퇴물' 취급받고 있는데 노인으로 살아야 할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노인복지나 노후대책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장·노년층의 물질적, 정신적 소외감이 구촛불이든 신촛불이든 모든 5070세대가 공유하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장·노년층이 현재 겪는 소외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계속해서 과거의 향수 속으로 도피할 것이며 비상식의 동원에도 쉽사리 응할 것"이라며 "현재 5070세대가 처한 비상식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공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들의 소외감을 완화할 제도적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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