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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가 탐내는 국산헬기 '수리온'…정작 안방 수요자들은 '우물쭈물'

[허탈한 관청용 헬기시장-상]관성, 예산문제 막혀 선뜻 못사
"생명구조 장비인데 싼 것만...최고가치 입찰제로 확대해야"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7-04-03 06:00 송고 | 2017-04-03 11:31 최종수정
편집자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다목적 국산 헬기 '수리온'이 우수한 성능을 검증받으며 해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안방 관청용 시장에서는 마음껏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싼 기종을 주로 찾게하는 관행이 일단 큰 벽이다. 후진적 관청용 헬기 시장 환경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14일 오후 육군 2작전사령부에서 열린 기동예비전력 전개 훈련에서 특공부대 장병들이 수리온(KUH-1) 항공기에서 패스트로프를 하고 있다.  2017.3.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14일 오후 육군 2작전사령부에서 열린 기동예비전력 전개 훈련에서 특공부대 장병들이 수리온(KUH-1) 항공기에서 패스트로프를 하고 있다.  2017.3.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이달 14일 한미연합 독수리연습과 연계·진행된 기동예비전력 전개훈련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수리온의 활약에 관심이 쏟아졌다.

수리온은 육군 특공부대를 태우고 순식간에 작전지역에 도착했다. 해당 헬기는 작전 핵심인 전략지역 선점작전에 적극 투입되며 미군이 운용하는 시누크(CH-47)와 블랙호크(UH-60)에 밀리지 않는 성능을 과시했다.
◇ 성능 검증된 다목적 헬기…해외도 입질

수리온은  KAI가 중심이 돼 민관합동으로 2013년 개발을 완료한 국산 헬기다. 군용으로 개발됐지만 의료수송, 산림 진화, 해양 정찰 등 여러 공공분야에서 파생적 활용이 가능하다.

영하 32도에서도 운항이 가능하며 최고 시속이 272㎞에 달한다. 속도는 미군 주력 헬기 중 하나인 블랙호크(252㎞)보다 앞선다. 또 분당 150m 이상 속도로 수직 상승해 백두산 정도 높이의 고도에서 안정적으로 호버링(제자리 비행)할 수 있다. 호버링 능력은 블랙호크보다 뛰어나고 수평비행 기능은 대등한 수준이다.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AFCS)가 적용돼 조종사의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호버링과 수평 기동이 가능하다. 

뛰어난 성능 때문에 해외에서도 입소문 났다. 인도네시아 국영업체인 PTDI는 KAI와 함께 수리온을 현지 경찰청 헬기로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화된 러시아 헬기를 주로 운용하고 있는 페루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도 수리온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방은영 디자이너© News1<br><br>
그래픽=방은영 디자이너© News1


싼 것만 주로 찾는 안방수요자…수리온은 답답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수리온은 외산 일색인 국내 관청용시장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 3월말 현재 경찰·해경·산림청·지방소방본부 등 국내 수요 관청들이 추가로 도입하기로 한 헬기 11대중 6대가 수리온이다. 경찰과 해경이 각각 2대, 산림청과 제주소방본부가 각각 1대씩 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리온에게 안방은 여전히 답답한 시장이다. 기존에 쓰던 기종을 그대로 쓰려는 관성에다 예산문제까지 겹쳐 구입관청들이 수리온을 선뜻 구매하려는 용기가 없어서다. 

지금 국내 수요관청이 보유한 헬기 108대중 수리온은 단 3대다.산림청과 해경은 수리온 외에 기존 기종을 하나씩 더 구매하기로 했다.  지방소방본부 2곳 역시 기존에 사용하던 기종을 추가로 각 1대씩 구입하기로 했다.

또 각 기관들이 보유한 기종을 보면 싼 것을 거의 일방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조종석을 빼고 12인승인 수리온의 대당 가격은 200억원 안팎이다. 각 관청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중 수리온보다 확실히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진 기종은 해경이 1대 보유한 미국 시콜스키 제품(S-92), 24인승 대형으로 지방 소방본부 2곳이 보유한 프랑스 AH제품(EC-225), 서울 소방본부가 구입하기로 한 이탈리아 아구스타제품(AW-189)뿐이다.

그외는 제원을 막론하고 모두 수리온보다 싸다. 국내 4개 관청이 보유한 105대 외산 헬기중 가장 많은 것은 15인승(조종석 제외) 러시아제 카모프-32(KA-32)로 42대다. 러시아 차관 대물변제 요인에다 가격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기종은 산림청이 30대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해외에 판매된 이 헬기는 대당 가격이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능이 떨어져 수리온에 비하면 부품 교체주기가 10분의 1 정도로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개발된 헬기들은 보통 2000시간 이상 사용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반면 카모프-32는 수백 시간 단위로 부품을 점검해야한다. 또 부품 교체는 모듈을 통째로 바꿔야하는 방식이어서 유지관리비가 갈수록 많이 들게 돼 있다.

자료 : 각 기관 종합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자료 : 각 기관 종합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생명구조에 쓰이는 장비…최고가치 낙찰제 확대 필요"

카모프-32는 러시아가 과거 군용으로 개발한 플랫폼에 기반한 헬기다. 부품수명을 늘리거나 유지관리비를 줄이려는 연구 없이 개발돼 기체가 오래될수록 보수에 필요한 비용은 더 커지게 된다. 이 경우 초기 구매비용보다 유지관리비가 더 들어가는 현상을 빚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관청용 헬기입찰에서 가격외에 유지관리 및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최고가치 낙찰제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리온이 그나마 국내 기관에 6대 팔린 것도 최고가치 낙찰제나 그에 준하는 낙찰제를 구매 기관들이 적용했기 때문이다. 예산을 이유로 가장 싼 기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환경이 지속되는 한 수리온이 설 자리는 적다. 특히 예산사정이 열악한 지방소방본부는 가성비 좋은 기종 구입에 애로가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용시장에서 헬기는 생명구조와 방재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장비인 만큼 싼 것보다는 성능을 같이 고려해 최적의 기종이 선택될 수 있도록 예산상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 헬기는 보통 구입한 뒤에도 20~30년간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를 고려하고 만들어진 것을 사는 게 결국 비용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리온의 내수판매 실적은 수출에서도 중요하다. 방위산업 제품은 수출상대국에서 국내 판매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다. KAI는 2025년까지 300대 정도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으로 있다. 최장 30년씩 이어지는 판매후 정비서비스 수익은 대당 판매가의 최대 3배 정도가 될 것으로 KAI는 기대한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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