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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사법개혁 중심엔 국민이 있어야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3-28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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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88%가 윗선에 반하는 의견을 표명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여느 조직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아니다. 설문의 대상이 바로 법관들이다. 대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25일 연세대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이날 '국제적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 인사제도'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국의 판사 500여명의 의견을 공개했다. 현재 우리 사법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압축해서 보여준 것이다. 

법조계를 취재하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사법부 구성원이 이럴 정도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설문결과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법원행정처의 사법부 장악이 그저 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준다. 무엇보다 일선 법관들의 시각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어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최근 일부 판사들을 중심으로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또다시 나오게 된 배경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사법개혁의 목소리는 이날 학술대회 축소를 겨냥한 법원행정처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설문조사 내용은 충격적이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법관의 신분상 독립이 정치권 등 외부 권력이 아니라 법원 수뇌부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내부 고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그리고 법원장의 영향력에 우려를 보내는 판사들은 많다. 

국민 대다수도 인권보장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구성원의 88%가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국민을 위한 공정한 재판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오히려 더 클지도 모른다. 관료화된 법원 조직과 법관사회의 경쟁이 본의 아니게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의 지적처럼 사법제도, 특히 법관 인사제도에 문제점이 내재해 있다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인사권을 도구로 활용한 법관 장악시도가 있어왔다면 이 또한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이다. 법관이 오로지 양심과 법률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인권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원칙과 기본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법개혁은 철저히 국민 중심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 없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다. 
 
언제라도 사법제도와 정책에 대한 일선 법관들의 문제제기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법부 수뇌부에게 '튀는 행동' '모난 행동'으로 비쳐질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이는 곧 해당 판사들에 대한 '불이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음에도 사법부 바로 세우기를 위해 용기를 낸 법관들에게 국민들은 언제라도 박수를 보낸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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