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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줄이자고?…中企 "인력난에 밤샘근무 현실무시"

중기단체협의회 "근로시간 단축 입법 즉각 중단해야"
노동시장은 갈수록 악화…"오후 3시쯤 단축안 결론"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7-03-27 13:36 송고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7.3.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7.3.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우리는 200명가량 고용하는데 약 80명이 외국인 근로자입니다. 그나마 이 인력도 없어 직원 명의로 세무서에 신고해 추가 근로자를 받아야할 처지입니다."(A 도기업체 대표)

"금속열 공정은 평일, 주말 주야간 근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근로시간 단축되면 1일 3교대를 해야 할 상황인데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B금속열처리업체 대표)
국회의 근로시간 단축안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물량이 줄고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주장을 반대하는 사회적인 여론도 감지되고 있어 단축안이 산업계와 노동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인력난·폐업에 당장 1조원대 비용 부담"

각 업권을 대표하는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7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일방적인 노동시간 단축안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소위를 열고 주 68시간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안의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협의회가 단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수년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가다듬어왔단 논쟁적인 사안을 국회가 급하게 처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2012년부터 시작돼 3차례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2015년 노사정의 타협안도 산업현장 부담을 감소하는 대안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국회 단축안에는 이같은 합의들이 빠져 있다. 

국회 단축안이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협의회는 "중소기업은 작년 말 기준 부족인원이 26만명, 미충원인원이 8만명에 달한다"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생산차질과 인력부족 심화와 같은 직격탄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는 아직도 수작업 비중이 많은 제조업군에서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대기업의 하청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하면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영여건 상 현재와 같은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연장근로는 산업현장에서 기업이 경기 상황에 따라 산출량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근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지적했다.

특히 단축안이 휴일근로에 대해 가산수당 중복 할증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협의회의 반발이 거세다. 그동안 기업은 정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별도로 봤다. 때문에 휴일에 일을 하더라도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했다. 

단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다면 가산수당은 휴일수당 50%와 초과근로수당 50%를 더해 100%가 된다. 이 경우 기업이 부담할 연간 추가 인건비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단축안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해결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도 협의회의 하소연이다. 이는 근로자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근로시간을 줄이면 근로자의 임금이 줄게 된다"며 "이 경우 줄어든 임금을 어떤 식으로 보상받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단축안에 대해 사업장 적용법위를 세분화하고 특별 연장근로 허용과 같이 보완책이 마련돼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대기업 중심 경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무시한채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현실을 외면하는 정치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이 노란풍선을 날리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등 참가단체들은 집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2015.11.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1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이 노란풍선을 날리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등 참가단체들은 집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2015.11.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노동시장 민낯 드러낸 '근로 단축안'

중소기업(기업주)과 근로자의 시각차는 수년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 측면에서만 보면 국내 노동시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근로자의 업무량이 과도한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안은 현재 노동시장의 민낯을 보여준 셈이다.

최근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임금격차 완화와 성과공유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1997년 77.3%에서 작년 62.9%로 격차가 확대됐다. 중소기업 근로자 1인의 작년 평균 임금은 323만원, 대기업은 513만원을 기록했다. 

국내 근로자의 노동량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만큼 많다. 한국 근로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113시간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OECD의 평균 노동시간은 1776시간이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임금을 높이면 구직자가 늘 것이란 '답'을 알고 있지만 대기업과 연봉격차가 큰 데다 기업여건이 악화돼 임금인상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중소기업은 300만개에 달해 각각 처한 상황도 다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이 임금을 올려주지 않고 지나친 업무량만 강요한다는 반론도 많다. 단축안이 통과되면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충분하게 논의됐던 사안"이라며 "소위 통과 여부는 이날 오후 3시 정도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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