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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요 대신 꼭 성공하세요"…'단기알바'로 꿈 키우는 청춘

짧은 기간 일하지만 "친구보다 편하게 이야기 나눠"
대학생 절반 이상 '단기알바' 선호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17-03-25 07:00 송고
#. 취업 장수생 강성현씨(가명·30)는 1년여간 주말마다 단기알바에 나서고 있다. 웨딩홀 알바에서 물류배달, 이삿짐센터까지 서울 인근이면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그렇게 그는 주말 이틀 일을 하고 평일에는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대학생 김세현씨(27)는 이번 학기 휴학을 했다. 어학연수에 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출퇴근이 일정한 아르바이트보다는 힘들지만 돈을 많이 주는 단기알바를 여러 군데 다니면서 착실히 돈을 모으고 있다.
/뉴스1 DB.
/뉴스1 DB.
지난 2003년 한 방송 시트콤에서는 이런 대사가 유행했다.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10여년이 지난 지금, 더 어려워진 사정으로 2030 청춘들은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아르바이트도 취업준비로 인해 풀타임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단기알바'에 뛰어든 이들을 만나봤다.

◇말하지 않아도 처지 알아 진심으로 서로 응원하는 알바생들

취업준비생 강씨는 "주말마다 알바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틀 내내 밥도 함께 먹고 잠도 같이 잘 때도 있다"라면서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난 뒤 일당을 받고 돌아설 때 서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강씨에 따르면 이들의 헤어짐 인사는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가 아닌 '꼭 성공하세요, 다시 보지 말아요' 등이다.

강씨는 "대부분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다들 당장 돈이 급해 오게 됐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보지 말자'는 인사에는 하루빨리 취업해 이런 고생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라며 "이런 인사를 할 때마다 내 자신도 '빨리 취업에 성공하자'고 다잡지만 어느덧 주말이 돌아오고 또다시 알바자리를 찾는 내 모습에 허탈함도 느끼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일용직 근로자들./뉴스1 DB.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일용직 근로자들./뉴스1 DB.

대학생 김씨는 지난 겨울부터 단기알바를 했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하는 알바가 고되지만 착실히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친구들과의 연락과 만남도 줄였다. 김씨는 "알바에 어학준비까지 하려면 시간이 남아나지 않는다"라며 "무작정 집에 손을 벌릴 수도 없고 스스로 다잡기 위함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 김씨에게 최근 단기알바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친구이자 단짝이다. 김씨는 "대부분 비슷한 연령대의 인원들이다 보니 처지도 비슷하다"라면서 "말하지 않아도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근심이 서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말 동안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의 처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뭘 준비하는지도 얘기하면서 위안을 얻고 있다"라며 "나보다 어려운 사람도 정말 많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형들을 만날 때면 인생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반대로 동생들을 만나면 그 나이에 내가 하지 못하고, 않았던 것들에 대해 말해주기도 한다"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오히려 친구보다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녀대학생 과반 이상이 단기알바 선호

김씨는 "어차피 하루 이틀 보고 마는 사람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진솔하게 서로를 대하는 것 같다"라며 "단기알바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얻는 힘과 에너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와 김씨와 같이 청춘들은 선호하는 아르바이트 근무기간에 대해 과반수가 '단기알바'를 꼽았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최근 남녀대학생 1416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 선호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53.6%가 '단기알바'를 꼽았다.

그 이유로는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어서(58.4%)', '근무 즉시 급여를 받을 수 있어서(33.1%)', '급여 및 혜택이 좋은 단기 알바가 종종 있어서(21.6%)',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20.2%)' 등을 거론했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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