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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비에스씨 28년 뚝심…"감염병 이젠 걱정마세요"

[바이오벤처 탐방]천병년 우정비에스씨 대표이사
메르스병원 소독전담…항암제 동물실험까지 손뻗어

(수원=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7-03-26 08:15 송고
천병년 유정비에스씨 대표가
천병년 유정비에스씨 대표가 "감염관리 전문회사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 News1 오장환 기자


천병년(58) 우정비에스씨 대표는 신종 감염병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나라를 휩쓴 지난 2015년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감염관리에 비상이 걸린 병원들로부터 소독 요청이 쇄도했던 거다.
당시 천 대표가 메르스로 문을 닫은 병원에 들어서자 진한 락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없앤다며 병원 측이 곳곳에 락스를 뿌린 탓이다. 이런 주먹구구식 조치에 천 대표는 속으로 "환자가 머물 공간인데, 비싼 의료장비는 또 괜찮을까"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병원감염은 큰 후유증을 남긴다. 병 고치러 온 환자는 골병들고 병원은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잃는다. 천 대표는 "무심코 뛰어들었다가 업체들이 두 손 들고나가는 분야가 병원감염"이라며 "전문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표가 이런 자신감을 보인 배경엔 30년 가까이 동물실험을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신약개발을 도운 경험이 바탕이 됐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약효를 탐색하는 기초적인 동물실험부터 진행하는데, 소규모 제약사나 벤처일수록 비용부담 때문에 전문기관에 의뢰한다. 우정비에스씨는 그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천 대표는 "동물실험은 시설수준과 감염관리, 운영노하우가 핵심"이라며 "지금도 감염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병원들의 은밀한 요청이 많다"고 귀띔했다.
맨손으로 회사를 일군 천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이력이 독특하다. 천 대표는 대학생 시절을 그룹사운드 보컬로 활동하면서 해외를 오가는 사업가를 꿈꾼 자연분방한 시기였다고 떠올렸다. 약국은 군 입대 직전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에서 여름 한철 운영한 게 전부인데 한동안 전통으로 이어졌다.

무역회사에 입사한 천 대표는 해외영업을 하면서 동물실험이 큰 사업이 될 것으로 직감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비닐하우스에서 백신용 실험쥐를 사육할 정도로 시설이 열악했다. 신약 개발은커녕 국내 동물실험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천 대표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테이블과 전화기 1대, 여직원 1명을 데리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인 승용차에 실험용 생쥐를 수입해 배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작은 충격과 더위에도 동물들이 죽어나가 처음엔 마음고생이 심했다. 다행히 3.5톤 냉동탑차를 살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사업이 자리잡으면서 실험동물을 사육할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고 나중엔 실험동물실 설계부터 감염관리까지 가능한 컨설팅 서비스로 발전했다. 자체 동물실험실도 갖추고 중소업체를 상대로 리스(대여) 사업도 뛰어들었다. 입소문을 타고 유력 대학과 제약사들이 손을 내밀었다.

천 대표는 "동물실험은 핵심장비를 어디에 배치하고 운영과정에서 병목현상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노하우를 갖춘 업체는 국내에 거의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천병년 유정비에스씨 대표는
천병년 유정비에스씨 대표는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칠판에 적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말했다./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천 대표는 우정비에스씨를 '감염관리 전문회사'로 정의했다. 2년전 메르스와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이후 병원 시장을 더 주목하고 있다. 대형 민간빌딩에서도 소독과 감염관리 요청이 들어와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천 대표는 밝혔다. 동물실험 사업은 인간의 피나 간세포를 가진 실험동물을 개발하고 항암제 분야로 확대 중이다.

현재 우정비에스씨 직원은 90여명으로 정규직 채용을 중시한다. 천 대표는 "사업 특성상 직원들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사 후 3개월이 지난 직원에겐 해외교육 기회를 부여할 정도다. 회사 슬로건도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과 행동인 '액션'을 합친 '이노백션(InnovAction)'으로 정했다. 천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의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의 관심은 2019년으로 향하고 있다.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경기 화성시 동탄기흥로에 신사옥을 건립한다. 신사옥은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 동물실험실이 들어선다. 천 대표는 "지난해 210억원대이던 매출액이 올해는 3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라고 웃었다.  

우정비에스씨는 지난 7일 주주총회에선 한화MGI스팩과 합병을 마무리하고 오는 4월 2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회사 창립 28년만이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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