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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신드롬' 기대했는데…'도봉순'에 속상한 도봉동 주민들

살인·납치 연발 우범·낙후지역으로 등장해 거센 항의
"범죄율 최저에 인심도 좋아…실제 모습 반영했으면"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7-03-19 07:00 송고
'힘쎈여자 도봉순' 포스터 © News1
컴컴한 늦은밤 '도봉역'이라는 종착지가 큼지막하게 적힌 시내버스에서 한 여성이 내린다.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은 괴한이 재빨리 여성을 따라붙는다.

'재개발 반대' 시뻘건 바탕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후미진 골목길엔 전등불마저 희미하고 여성과 괴한의 간격은 점점 좁혀지더니 이내 외마디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울린다. 현장에 나타난 경찰은 짜증을 낸다. "CCTV 하나 없고 블랙박스도 없고…."
서울 도봉구 도봉1·2동 주민들은 요즘 금요일과 토요일이 되면 착잡하다. 2월24일부터 방영 중인 JTBC 인기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 때문이다. 도봉동은 살인과 납치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우범지대이자 낙후된 동네로 그려졌다.

오히려 방영 전에는 도봉동 주민들은 기대가 컸다. 지난해 '(도봉구) 쌍문동 신드롬'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떠올려서다. 이동진 도봉구청장도 당시 자신의 SNS에 드라마 예고편 영상과 함께 "'응답하라 1988'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도봉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도봉순'이 방영된다"는 글을 올리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도 "우리 동네가 드라마에 나온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본방사수'를 부탁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봉순'은 11일 방송된 제6회가 시청률 8.6%(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도봉동이 범죄현장으로 묘사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구청장실에는 구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는 등 구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후 도봉구와 JTBC는 협의를 거쳐 '드라마 내용은 허구이며 지역은 무관하다'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시청률이 10%을 넘으면 추진하기로 한 '안심귀가' 이벤트도 도봉구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JTBC 프로그램에 도봉구의 실제 모습을 알릴 수 있는 내용도 반영할 계획이다. 실제 이경규,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한끼줍쇼'에 조만간 도봉구가 등장하게 된다. 

도봉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일정이 잡히는 데만 한달이 걸린다. 또 '살인의 추억'이나 '곡성' 등 특정지역을 배경으로 한 범죄영화도 주민의 항의가 있었으나 법적 구제는 받지못했던 전례도 있다.

주민들도 아직 마음이 풀리지 않은 분위기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흔치않게 인심이 두텁고 수락산과 도봉산을 끼고 있어 자연경관도 뛰어난 마을이라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뒷얘기다.

범죄에서도 안전하기로 소문난 동네라 더 억울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천성수 삼육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 '주류판매업소 밀도가 지역별 범죄율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도봉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주류판매업소 밀도는 세번째로 낮고 범죄율은 가장 낮다.

송윤희 도봉2동 통장친목회장은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고향처럼 인심이 좋은 도봉동에 반해 지금까지 살고있다"며 "우리 동네가 배경인 드라마가 나온다고 해 기대를 잔뜩 했는데 실제 분위기와 전혀 달라 속상하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도봉동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nev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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