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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교 사교육 경감 대책, 변죽만 울리고 결국 '무용지물'

고교 교과 사교육비 3200억 올라…초·중은 하락
실효성 없는 대책 대신 대입제도 개선해야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7-03-14 18:19 송고 | 2017-03-14 18:31 최종수정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뉴스1 DB) © News1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뉴스1 DB) © News1

정부가 사교육비 상승의 핵심 요인인 대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수능 영어 절대평가, 대입 전형 간소화 방안 등을 내놨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교생 교과 사교육비 총 규모가 전년(2015년) 대비 3000억원 이상 올랐고, 사교육 참여율도 2.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생 가운데 교과 사교육비 규모와 사교육 참여율이 상승한 건 고등학생이 유일하다.
정부가 그동안 고교 사교육 경감 대책에는 변죽만 울리는 방안만 내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16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고등학생 교과 사교육비 총 규모는 4조6520억원이다. 전년(4조3320억원) 대비 32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초등학생(4조7950억원→4조5484억원)과 중학생(4조7678억원→4조3053억원)은 각각 2500억원, 4600억원 가량이 줄었다.

교과별 사교육비도 모조리 올랐다. 과목별로 보면 △국어(3882억원→4832억원) △영어(1조5544억원→1조6154억원) △수학(2조720억원→2조1830억원) △사회·과학(1753억원→2290억원) △제2외국어(316억원→372억원) 등이다. 내신·수능 주요 과목 사교육비가 상승한 건 초·중·고 가운데 고교생 뿐이다.
이중 고교생 영어 사교육비 증가가 주목된다. 교육부가 지난 2014년 사교육 억제 정책의 하나로 2018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안을 내놨지만, 현장에 반영되지 않고 되레 오른 것이다.

지난해 고교생 수가 전년(178만8000명) 대비 3만6000명 줄었는데도, 사교육 참여율이 50.2%에서 52.4%로 상승한 점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오히려 사교육비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대입 현장은 이미 수시 확대로 내신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사교육이 늘었는데, 교육부는 비중이 줄어든 정시에서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해 사교육을 억제하겠다는 엉뚱한 방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대입 전형 간소화 정책과 공교육 강화 방안에 따라 확대된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 등 학생부 전형은 오히려 내신은 물론 비교과 사교육비까지 증가시켜 고교 전체 사교육비를 올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며 "내신·비교과 등 학생부 설계를 위한 컨설팅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한데도, 교육부는 그동안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대입 재정지원정책으로 학생부 전형 확대를 유도했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도 "고교 내신 등급이 학교 간판을 결정하는 현실이 내신 사교육을 늘리고 사교육비도 증가시켰는데, 교육부 대책은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 반쪽짜리 대책뿐"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대책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이번에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을 보면 대부분 엇박자나는 정책뿐"이라며 "예컨대 현재 학원에서 내신·수능에 나오는 EBS 콘텐츠를 토대로 가르쳐서 학생들이 몰리는데 엉뚱하게도 EBS 콘텐츠를 더 강화한다고 하거나, 사교육비 상승의 주요 원인은 국·영·수 등 교과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방과후학교 예체능 모델을 만들어 예체능 사교육을 억제한다고 하는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대책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입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국장은 "결과 중심의 내신이 아니라 과정 중심의 고교 평가 혁신이 이뤄져야 하고, 사교육의 주요 원인인 대학 서열화가 완화돼야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사교육비가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는 대입제도가 국어, 수학, 영어 중심의 교육과 학습을 거의 강요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지 말고, 모두가 모든 과목을 잘 해야 대학에 갈 수 있는 이 기형적인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사교육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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