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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 계약서에 문단 성폭력 관련 '책임 조항' 넣는다

임솔아 작가, 문학과지성사와 성폭력 관련 조항넣어 계약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3-14 16:23 송고
지난 2월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카페창비에서 열린 '#문단 내 성폭력, 문학과 여성들'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이 시작된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창작자, 독자, 출판종사자들이 한 데 모여 이 문제가 남긴 질문과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2017.2.17/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지난 2월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카페창비에서 열린 '#문단 내 성폭력, 문학과 여성들'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이 시작된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창작자, 독자, 출판종사자들이 한 데 모여 이 문제가 남긴 질문과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2017.2.17/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최근 출판 계약서에 성폭력 발생시 작가의 책임을 묻는 조항을 넣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 큰 논란이 됐던 '성폭력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14일 문단에 따르면 시인이자 소설가인 임솔아 작가는 신간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출간 계약을 맺으면서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와 성폭력 관련 조항을 추가해서 넣었다.

'갑(작가)의 성폭력, 성희롱 그 밖의 성범죄 사실이 인지될 경우 을(출판사)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갑이 을로부터 성폭력, 성희롱 그 밖의 성적인 괴롭힘을 당한 경우 갑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문장이 바로 추가된 조항이다. 

이근혜 문학과지성 수석편집장은 "원래 출판계약서에는 작가와의 분쟁에 관련한 합의 조항이 있지만 임 작가의 요구에 따라 성폭력 관련해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항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문인들이 이같은 조항을 요구하면 성실히 반영해 계약서를 작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솔아 작가는 "계약서상 '갑'인 문인으로서 이 조항은 어찌보면 내게 불리한 것인데도 문단 성폭력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해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상에는 '#문단_내_성폭력'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문단 성폭력 폭로가 이어졌다. 임 작가는 "당시 성폭력 혐의자들의 책 절판 요구도 함께 일어났지만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어 출판사가 그런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문단 내 성폭력은 과거 '신경숙 표절사태'처럼 유야무야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작가의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의 뒷표지에는 작가의 요구로 '성별, 나이, 신체, 지위, 국적, 인종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문구도 들어있다.

전문가들은 임 작가의 사례처럼 출판 계약서에 성폭력 관련 책임 조항을 넣는 추세가 앞으로 점점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판계에 따르면 문학동네가 가장 먼저 계약자간에 성폭력, 언어폭력이 발생하는 경우의 대응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요 출판사인 창비에서도 성폭력 관련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문단 성폭력 사태 이후 작가와 출판사 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경우의 조치와 대응관련한 내부 매뉴얼을 만든 데 이어 계약서 조항 삽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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