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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가 시작"…공연계 '적폐 청산' 나선다

광화문 '블랙텐트' 등 시국토론회 잇달아 개최
'혜화동1번지' 봄페스티벌, '블랙리스트' 화두로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3-12 17:48 송고 | 2017-03-12 18:04 최종수정
혜화동1번지소극장 입구© News
혜화동1번지소극장 입구© News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목소리를 높여 온 공연예술인들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에도 공연계 해묵은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시국 토론회를 통해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을 위한 무대 밖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고, 젊은 연출가들로 이뤄진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은 올해 '봄페스티벌'에서 '파업' 같은 작품 활동을 통해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국가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먼저 예술인들이 주최하는 각종 시국토론회들이 잇달아 열린다. 서울 광화문 광장 '블랙텐트' 운영위원회는 임시 공공극장 운영 토론회를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 블랙텐트에서 개최한다.

운영위는 이번 토론회에서 지난 1월10일 개관부터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블랙텐트에서 올린 공연에 대한 의미와 평가,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블랙텐트를 발전적으로 연결해나갈 방법을 모색한다.

독립기획자인 임인자 블랙텐트 운영위원은 "적폐 청산 등 연극계에 남겨진 과제들을 함께 생각하고자 한다"며 "검열 집행자들의 문제, 이른바 '부역자' 문제는 낙인의 문제가 아닌 책임있는 자세로 앞으로의 연극 역사를 써 나가려는 연극인의 중요한 실천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책임있는 해결 과정을 통해서만이 예술가들의 고통은 회복될 수 있다. 첫번째는 검열과 블랙리스트의 집행과정에 참여했던 과정에 대한 사과 그리고 동시에 사퇴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민과 관에서 검열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 두번째는 그것을 통해 연극계 전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진상조사를 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다. 세번째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용인 희망연대 '오롯'은 토론회 '춤, 상생을 꿈꾸다'를 오는 18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무용인들이 참여한 블랙텐트 무용프로그램 '몸, 외치다'와 예술인 시국선언 등에서의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 무용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김윤진 무용가가 사회를 맡고 정영두 두댄서씨어터 예술감독, 변우균 한국민족춤협회 교육홍보위원장, 김서령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공동대표 등이 발제한다.

서울연극협회는 '2017 연극발전을 위한 시국토론회'를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극장에서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지난 6일 첫 토론회에선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해 연극계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오는 4월3일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를 초청한 2차 토론회와 5월8일 서울시 관계자가 참석하는 3차 토론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정대경)가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해 검열 진상규명을 논의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젊은 연극인들 일각에서는 "협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다가 뒤늦게 움직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던 정대경 이사장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젊은 연출가들의 모임인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이 개최 예정인 '2017 봄 페스티벌'의 화두를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파업'으로 정했다. 탄핵이 결정되던 지난 10일에는 종로구 대학로의 '혜화동1번지' 극장 현판을 떼어내기도 했다.  

구자혜·전윤환·김수정·송경화·백석현·신재훈 등 동인들은 봄 페스티벌 선언문에서 "국가가 예술가와 시민의 문화예술 기회를 박탈하고 헌법의 핵심적 가치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문화예술 활동 기회의 박탈은 예술가들에게는 생존권의 박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생존권조차 유지할 수 없는 이 시대에 잠시 연극 만들기를 멈추고, 극장의 간판을 떼어놓는다. 이는 절망에 함몰되지 않고, 우리의 생존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이런 사태를 야기한 국가에 책임을 물어 처벌을 요구하는 행동에 함께 하고자 함"이라고도 했다.

한편, 혜화동1번지 동인은 1994년 1기 동인인 이윤택, 기국서, 채승훈 등으로 출범했다. 그간 박근형, 김광보, 양정웅, 이해제, 윤한솔, 이양구 등 당대 젊은 연출가를 배출한 바 있다. 매 기수마다 이전 기수 선배들의 추천과 만장일치 동의로 선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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