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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미술상' 오민 작가 "미래 이동할 동력 얻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 오민 작가 이메일 인터뷰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3-12 14:20 송고 | 2017-03-13 08:08 최종수정
오민 작가 (에르메스 재단 제공) © News1


"흥분은 늘 그렇듯이 강렬하게 마음을 흔든 후 신속히 사라졌고, 그 자리로 파리 레지던시와 내년 전시를 위한 작업 아이디어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미래로 이동할 동력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신나는 부분입니다."

'제17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최종 수상자에 선정된 오민 작가(42)가 12일 뉴스1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술상 수상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에르메스 재단은 오민에 대해 "감각적으로, 내용적으로, 방법론적으로 열린 가능성을 가진, 앞으로의 행보가 가장 궁금한 작가"라며 미술상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오민 작가는 음악과 무용을 시각예술과 결합한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에르메스 미술상 심사위원단은 "간결한 행위나 반복적인 패턴을 '최소한의 표현'으로 정교하게 결합한 성스러운 의식, 혹은, 가벼운 유희같은 작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작가는 "'불안의 감각'을 관찰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불안은 잠재된 폭력을 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안전이나 질서를 소환하기도 하고 동기를 발생시켜 발전을 끌어내기도 해요. 저는 움직임의 동력으로써의 '불안'에 주목해요. 인류는 본능적으로 내재한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 예측하고, 계획하고, 정리하고, 훈련하는 기술들을 발달시켜 왔죠. 저는 이런 기술들을 고안해 내고 실행하는 장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민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피아노를, 동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 예일대학교 예술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를 마쳤다. 2015년 두산연강재단이 수여하는 '제6회 두산연강예술상'도 받은 작가는 현재 미국 뉴욕 두산레지던시에 입주해 작업하고 있다. 

오민은 이른바 '스펙'이 좋은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대와 예일대를 비롯해, 2009년 미국의 아티스트 얼라이언스 뉴욕, 2011~2012년 암스테르담 라익스아카데미, 2014년 금천예술공장, 2014~2015년 삼성문화재단 파리국제예술공동체 등 2017년 1~6월 뉴욕 두산 레지던시 등 국내외 주요 레지던시의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 혹은 물리적, 정신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찾아 끊임없이 방향을 찾고 응모해 왔다"며 "그 수많은 시도 중에 나의 의지와 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오민 'ABA Video', 비디오 설치, 2016, 12분50초 (에르메스재단 제공) © News1


오민은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의 구조를 실험하거나('Suite 1', 2012),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공연의 장면을 수집하기도 하고('마리나(Marina), 루카스(Lukas), 그리고 나', 2014), 음악 공연의 연습 과정을 새로운 공연을 만드는 재료로 쓰거나('이영우, 안신애 그리고 엘로디 몰레(Elodie Mollet)', 2015), 무용 공연의 결과를 연습 과정과 뒤바꾸는('A Sit', 2015>)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지난해부터는 공연을 만드는 각기 다른 단계와 역할들을 연결하는 도구로써 '스코어'에 대한 연구('ABA', 2016>)를 시작해 발전시키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미술로 진로를 틀었지만, 음악에 대한 태도는 미술작업의 탄탄한 기반이 됐다.

작업의 결과물은 주로 비디오와 퍼포먼스로 완성된다. 특히 '움직임'에 주목하는 작업들이다. 신체나 물체의 움직임보다는 '시간과 방향의 움직임'이다. 그의 작업에서 소리와 이미지와 이 움직임이 만든 결과로써의 '값'이다.

"음악 연주는 신체를 사용해요. 이 때 움직임이 수반되죠. 제가 공부한 서양 고전 음악 연주에서는 대체로 그 움직임이 분석에 의해 미리 계획되고 집요한 연습을 통해 완성됩니다. 음악 공연에서는 들리는 소리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저는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신체, 움직임, 힘의 사용, 그리고 그것을 위한 결정과 훈련의 과정들에 주목하고 있어요. 이런 측면에서 음악 연주는 무용과 매우 긴밀한 관련이 있죠."

그는 특히 무용가들과 작업을 하면서 무용가들이 자신의 몸을 사용하는 방식과 몸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배우게 됐고, 무용이나 안무가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작업의 영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스트 음악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의 음악과 그 음악을 사용해 춤을 만든 벨기에 안무가 아네 테레사 드 키어스 마커(Anne Teresa de Keersmaeker)의 작업에 빠져들게 됐어요. 기계적이고 어떻게 보면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조합된 고난도의 움직임을 수행하는 연주자와 무용수를 바라보며, 그들의 신체 근육이 움직이는 동안 동반되는 두뇌의 근육 운동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민 'ABA Video', 2016, 12분50초, 비디오 설치 (에르메스 재단 제공) © News1


그는 피아노에서 시각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꾼 것에 대해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오랫동안 축적돼 있던 의문에 답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피아노는 어린 시절부터 당연히 저의 일부인 것처럼 제 몸과 정신에 밀착돼 있었지만, 자아가 커진 후 이것이 정말로 나를 미래로 이끌어 줄 동력이 될 것인가 하는 진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선명한 답이 보이지 않았어요. 독방에 들어가 18~19세기에 집중된 고전을 연구하면서 집요한 반복 연습을 해야 하는 생활이 당시에는 다소 갑갑하게 느껴졌죠. '밖'으로, 또 '현재'로 나가고 싶었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것들에 대해 거리를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미술가로 '전향'했지만 그토록 거리두기를 원했던 '연주자'로서의 태도는 미술 작업의 과정에서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는 "손가락 근육의 미세한 부위를 필요한 속도와 궤도를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반복하고 연습하던 습관은 나의 작업에서 모국어처럼 작동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불안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노력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작업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음악의 논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며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릴 수 있고, 멜로디 하나가 마음에 들어 그 음악이 좋아지기도 하며, 때로 멜로디가 불분명한 음악일지라도 그 격정적 분위기에 사로잡히거나 특정 소리의 조합이 주는 막연한 느낌에 마음을 빼앗기듯. 나의 작업을 보는 관객들이 음악을 듣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미지나 소리와 감각적으로 교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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