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알파고 쇼크' 1년…AI 개척시대 열었지만 '곳곳 가시밭길'

기업들 AI제품 쏟아내...'파괴적 혁신' 해결할 과제 산적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7-03-09 09:11 송고 | 2017-03-09 09:53 최종수정
이세돌
이세돌

"우리가 달에 착륙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

지난해 3월 9일 인공지능(AI) '알파고'로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을 꺾은 데미스 하사비스가 첫승 직후 밝힌 소감이다.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바둑에서 인간이 완패하자 그는 알파고의 승리를 1969년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빗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체스신동, 게임광에서 게임개발자, 뇌과학자로 변신하며 '알파고'를 탄생시킨 하사비스의 등장으로 AI 시대가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알파고 쇼크' 이후 1년…4차 산업혁명 광풍까지

알파고로 대한민국은 '쇼크'에 빠졌다. 알파고와의 5번의 대국을 앞두고 "한번이라도 알파고가 이기면 알파고의 승리가 아닌가 싶다"고 호언장담했던 이세돌은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많이 놀랐다"며 아연실색했다. 연이은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기를 이어가며 결국 4대1로 압승하자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마저 일었다. 

얻은 것도 있다. 알파고로 인해 온 국민이 AI에 눈떴다. 구글, IBM 등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AI 시장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알파고 쇼크'가 우리 국민들에게 다시 없을 값진 선물이라고 했다.

지난해초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에서 "4차 산업혁명의 막이 올랐다"고 밝힌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의 발언도 재조명받았다. AI, 빅데이터, 모바일, 초연결, 사물인터넷(IoT) 등 지능정보 기술이 동인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은 전국민적 관심이 됐다.
대선주자들도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주요 화두로 내건다. 정치권부터 교육, 산업, 문화, 증시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4차 산업혁명 광풍이라 불릴 정도의 이같은 관심은 지난해 전국민이 목도한 '알파고 쇼크'의 학습효과 영향이 컸다. 

◇기업들 발빠른 대응…AI 제품 속속 등장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빨라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AI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의 AI 개발회사 비브랩스 인수 소식을 알렸다. 올 초에는 KT가 인터넷(IP)TV 셋톱박스에 AI를 결합한 '기가 지니'를 내놓았다.  

최근 AI 플랫폼 '클로바'를 공개한 네이버도 AI기술 개발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의 고급 스피커업체 '드비알레'에 투자하고 최근 일본의 로봇개발사 '윈클'을 인수했다. 상반기 스피커 형태의 '웨이브'를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도 AI 대응을 위해 전담 자회사 '카카오 브레인'을 지난 2월 신설했다. 

정부 연구기관의 성과도 이어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언어지능 '엑소브레인'은 지난해말 EBS 장학퀴즈에서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인공지능 의사'도 등장했다. 가천의대가 병원 가운데 가장 먼저 IBM의 AI 플랫폼 왓슨을 도입하면서 'AI 진료' 시대가 열렸다.

업계 관계자는 "1년새 국내 기업들의 대응속도가 부쩍 빨라졌다"며 "한국은 확실히 '패스트 팔로' 능력은 뛰어나다"고 말했다.

◇'파괴적 혁신' 이루려면 사회적 합의 필요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은 '파괴적 혁신'을 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기존 일자리도 넘보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요약되는 한국경제 성장은 무에서 유를 창출한 과정이었다.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처럼 노력하면 성과로 즉각 이어졌다.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산업화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제 전세계가 저성장 시대다. 게다가 혁신을 위한 파괴를 하기에는 기득권의 목소리가 크다. 파괴적 혁신을 감내할 사회적 신뢰와 성숙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 대표는 "폐쇄적인 시장구조, 정부의 기득권 보호, 참여는 하지 않고 지시만 하는 CEO, 신생업체는 하청업체 취급하는 대기업, 융합 안된 부처가 혁신을 위한 융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부가 지난해 AI 대응을 위해 마련한 핵심 정책인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도 정치논리에 가로막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유연성 확보와 그 반대급부로 사회안전망 확충 문제를 위한 사회적 합의도 과제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제2의 알파고' 현상 수준으로 과열돼 있다. 이는 잘못된 냄비근성"이라며 "정작 '기초' 기술은 등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brich@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