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中 유명 미디어아트 작가 쑹둥 "사드? 예술, 정치에 좌우돼선 안 돼"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7-03-08 17:16 송고 | 2017-03-09 06:17 최종수정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과 쑹둥작가 © News1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과 쑹둥작가 © News1


"예술이 정치에 좌우돼선 안 됩니다."
중국의 유명 설치·미디어아트 작가인 쑹둥은 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Imaginary Asia)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한중 관계가 경색된 점을 고려해 나온 "이번 전시 참가에 어려움이 없었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쑹둥 작가는 또 "서양식은 타인의 선택을 나눌 수 없지만, 아시아는 같이 나눠 먹는다"며 "대립이 아니라 서로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균형을 유지하고 서로 나누기 위해서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작 끝>, 2017, 2채널 비디오 영상 설치, 컬러, 무성, 시작: 86‘00’‘, 끝: 24’00‘. 이하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 News1
<시작 끝>, 2017, 2채널 비디오 영상 설치, 컬러, 무성, 시작: 86‘00’‘, 끝: 24’00‘. 이하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 News1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인 '시작 끝'이라는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제작사와 필름 스튜디오의 로고들을 수집해 이를 잉크 위에 반사해 이미지를 만들었다. 바람을 이용해서 잉크가 흔들리게 해 이미지들을 왜곡하고 움직이도록 했다.

2개의 스크린이 통로처럼 설치되고 2개의 프로젝터가 각각의 스크린을 비추어 관람객은 스크린 사이를 통과하거나 주변을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빛과 그림자를 따라 비현실의 존재인 이미지를 인식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다가오는 시간이 과거의 시간을 ‘입는’ 방식으로 삶의 또 다른 거울인 ‘진실한 가상’을 경험하게 한다.
쑹둥 작가는 "이번엔 잉크에 비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과거 물에 투영된 이미지 작업을 많이 했다"며 "물은 철학의 대명사고, 모든 물체의 거울이 돼서 우리 자신을 비추고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올해 첫 기획전인 ‘상상적 아시아'에는 쑹둥 작가를 비롯해 17개 팀의 주요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참여해 23개 작품을 선보인다. 주로 아시아 지역 작가들이 대부분인데, 독일 러시아 등 일부 비아시아 지역 작가도 '주변인'의 자격으로 함께 했다. 특히 베트남 출신의 작가 딘 큐 레, 중국의 쉬빙과 양푸동, 일본의 메이로 고이즈미와 아이다 마코토, 이집트 출신의 와엘 샤키 등의 작품은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하나는 승자의 기록인 ‘역사’(History)가 아닌 작가 각자가 주관적으로 소소히 써 나가는 아시아의 ‘다양한 기록’(histories)을 살펴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하나는 사진 영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허구와 실재가 융합된 '무빙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라며 "백남준이 처음 개척한 비디오아트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비디오, 영화, 애니메이션 등 각각의 장르가 공유되며 확장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선 그런 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이번에 아시아의 '핫'한 작가들을 대거 초청했다"며 "이들이 출품한 작품은 지역적인 이야기들를 풀어내는 유형과 계급간 불균형 등 사회적 시각을 바라보는 형태로 나뉜다"고 덧붙였다.
<신성한 알레고리>, 2011, 5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9‘39“ © AES+F, Courtesy of the artist & Multimedia Art Museum Moscow and Triumph Gallery
<신성한 알레고리>, 2011, 5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9‘39“ © AES+F, Courtesy of the artist & Multimedia Art Museum Moscow and Triumph Gallery


서 관장은 여러 전시 작품 가운데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러시아 작가 AES+F의 '신성한 알레고리'를 꼽을 수 있다고 했다. 5대의 프로젝트를 기술적으로 연결해 한 벽에 모두 쏘는 이 작품은 르네상스 양식의 문을 연 15세기 화가 조반니 벨리니의 회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 작품의 배경인 국제공항은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연옥'(Purgatory)을 상징한다. 연옥은 천국으로 가기에는 자격이 부족하지만 지옥으로 갈 정도의 큰 죄를 짓지 않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다.

연옥은 심판의 공간이 아닌 정화의 공간이다. 이승의 삶이 끊어지고 또 다른 삶으로 연결되면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고 떠난 사람을 환송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연옥의 공항에서 우리는 몸과 영혼의 중간 상태에 의해 연합된 새로운 특별 지구인 클럽의 일원이 된다.

서 관장은 "이 작품은 인간과 세상 만물, 유한의 생과 무한의 생을 합일론적으로 생각하는 동양의 사고를 서양의 연옥이라는 중간세계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정치와 경제의 불합리한 주도권 다툼을 지양하고 통합된 다양성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 사회에서 균형잡히고 조화된 미래를 위해 미술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9일부터 7월2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 2000~4000원. 문의 (031)201-8548.


cup@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