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적발한 서울의 한 다단계 조직 사무실.(서울시 제공)/뉴스1 © News1

취업을 미끼로 대학생을 다단계 판매사원으로 유인한 뒤 대출을 유도하고 물품을 강매해 수십억원을 챙긴 불법 다단계조직이 적발됐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이 같은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법 다단계조직 간부 A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특사경에 따르면 A씨 등 9명은 불법 다단계조직을 결성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총 3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 등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20대 초·중반의 취업준비생들을 취업을 미끼로 꼬드겼다. 그런 다음 연 27.9%의 고금리로 한 사람당 1500만원 상당의 대출을 받게 하고 900만원 상당의 제품을 강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이 대출을 받기로 결정하면 A씨 등은 대부 중개업체를 통해 직장과 수입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상위 판매원은 대출이 완료될 때까지 옆에서 감시하며 대출의 전 과정을 최상위 직급자에게 실시간 보고했고 대출금이 입금되면 즉시 현금으로 인출하도록 해 물품대금으로 받아 챙겼다. A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시중가 1만1000원짜리 치약세트를 11만5000원에, 1만2000원짜리 더치커피를 12만원에 판매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구입 할 수 있는 물건들을 20대 사회 초년생들에게 시중가의 10배 넘는 가격에 팔아넘긴 것이다.

이렇게 모집한 20대 대학생 판매원은 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판매원들은 신규 판매원으로 유인할 대상의 학력, 가족관계, 성격 등 프로필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유인방법을 철저히 교육받은 후 친구나 선후배 등을 취업, 아르바이트 제공 등을 미끼로 다단계사업장으로 유인했다.

이 가운데 다단계 판매원으로 포섭된 이들은 실버-골드-루비-에메랄드-다이아몬드-크라운-탑크라운 등 7단계로 된 조직체계에서 최상위 직급으로 올라가기 위해 다시 하위판매원을 모집했다. 모집한 하위판매원이 제품 구매 시 구매실적의 15%를 수당으로 지급받는 구조다.

A씨 등은 하위판매원에게 1대1 미팅, 성공자 체험사례 등 세뇌교육을 반복하며 물품 구매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다단계활동으로 자책과 원망, 대인기피 등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고금리 대출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불법 다단계 조직원이 취업을 미끼로 지인을 판매원으로 유인하는 카카오톡 대화내용.(서울시 제공)/뉴스1 © News1

B씨 등 또 다른 다단계조직 간부 2명은 "물건을 구입하면 구입액의 120%내지 200%를 수당으로 지급하겠다"면서 판매자를 모집해 물품을 강매하는 수법으로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935명으로부터 46억원을 챙긴 혐의다.

B씨 등은 주로 중장년층인 피해자들에게 1480원 짜리 화장품을 260배인 39만원에, 1만원대 모발염색크림을 39배인 39만원에 판매했다.

이밖에 특사경은 신용카드를 미국에 본사를 둔 C사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사용한 금액의 20%를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회원들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챙긴 D씨 등 2명도 형사입건했다.

다단계업체 등록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조회가 가능하며 불법 다단계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서울시 온라인 민생침해 신고 사이트 '눈물그만'(http://economy.seoul.go.kr/tearstop) 이나 민생사법경찰단 신고제보센터(http://safe.seoul.go.kr)에 신고하면 된다.

강필영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사회 초년생과 주부, 노년층 등 사회경제적약자를 울리는 불법 다단계를 근절하기 위해 앞으로도 강력한 수사를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다단계 업체가 판매한 비비크림스틱. 시중가 1480원짜리 제품을 260배인 39만원에 판매했다.(서울시 제공)/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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