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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협박에 야구방망이 시위까지 … 표현의 자유? 백색테러?

박영수특검 집 앞 방망이 시위…이정미 대행 테러예고
협박·위해 공언 집단 방치는 테러집단 두둔하는 격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나연준 기자 | 2017-03-04 07: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수사와 탄핵심판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단체가 헌법재판관이나 특별검사를 대상으로 테러예고와 자택 주소를 공개하는 등 도를 넘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뿐이라는 주장에 전문가들은 집회·시위 자유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위를 한국판 ‘백색테러’ 발생 직전단계로 진단하고, 실질적인 폭력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2월24일과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단체 소속 회원들이 박영수 특별검사 자택 앞에서 "이제 말로 하면 안 된다”며 야구방망이를 동원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박 특검이 거주하는 아파트 동·호수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를 맡고 있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테러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에 이 재판관에 대한 살인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가 하면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가 '신의 한 수'라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 재판관의 자택주소를 공개하고 단골미용실과 슈퍼마켓까지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부 극우단체 소속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점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는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을 겨냥한 물리적 폭력 예고 등을 ‘백색테러’ 직전 단계로 진단했다. 백색테러(white terror)는 극우파나 우익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암살·파괴 등을 뜻하는 말로, 좌파에 의한 정치테러인 적색테러(red terror)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또 테러가 예고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 공권력이 적극 개입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실제 폭력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사회갈등 연구분야의 권위자인 윤인식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야구방망이 시위'나 '살해협박' 같은 테러예고 등에 강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자칫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며 현 상황을 '깨진 유리창이론(borken window theory)'에 빗대 설명했다.

윤 교수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행동하다가 그것에 대한 제재가 없으면 과격 양상을 띄며 위협에 그치지 않고 실체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방관되면 상승작용이 일어나 폭력적 발언이나 위협적 행동이 더욱 심화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겁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우리 사회가 분명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공권력이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은 것이 방관하거나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별검사나 헌법재판관 주소 노출하며 위협하는 행위 강하게 처벌해야

특별검사의 집 앞에서 야구방망이 등을 동원해 시위를 하고, 직접적 위해를 고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 즉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검사나 헌법재판관의 주소를 노출하며 위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강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 교수는 "사법부의 독립 가운데 재판부의 인적 독립을 보호하는 것은 판결 자체가 정당하게 나오게 하려는 목적인데, 재판부 구성원을 위협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나 헌법상 재판청구권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철준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야구방망이 등을 시위에 동원하는 것을 순수하게 표현의 자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위를 위해 무엇을 들고 오든 표현하는 내용과 큰 연관이 없다면 퍼포먼스 수준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말로 하면 안 되겠다' 등의 발언을 하며 야구방망이를 들고 오면 폭력행사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일부 과격단체 소속 시민들의 시위방식은 헌법이 보장하는 순수한 표현이라기보다는 범죄에 관한 선동과 연결될 수 있는 관련성이 있다"며 "범죄의 의도를 표현하는 것을 헌법상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 '테러방지법' 적용 검토하겠다는 경찰 … 특수협박 등으로 수사 가능

이철성 경찰청장은 특검과 헌법재판관 등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을 향한 위협이 계속되자 2일에서야 '테러방지법' 적용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뒤늦은 '보여주기식 대응'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경찰에서 테러방지법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테러방지법 적용 이전에 폭력행위처벌법상 특수협박 등 굳이 테러방지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경찰이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행위 등은 특수협박 등으로 수사할 수 있고, 여러 명이 모여 있는 경우 범죄단체로 볼 수 있어 이 또한 폭력행위처벌법 등의 적용이 가능한 사안으로 경찰이 강력대응을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일갈했다.

양 변호사는 또 "국가기관 특히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에 대해 위해를 가하겠다는 것을 공언하고 실행할 것처럼 하는데 그대로 놔두는 것은 결국 경찰이 테러집단을 두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강력제재 필요성과 경찰의 시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한 경찰관계자는 "집회 전체가 폭력적이고 불법집회라고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위법이 심하다면 강제 해산조치까지 가능하다"면서도 "퍼포먼스(야구방망이 시위 지칭)를 하지만 집회 전체가 평화기조라고 판단이 된다면 해산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찰의 입장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이해부족과 안일한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영 명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야구방망이 시위나 폭력예고 등) 그 정도를 표현의 자유에서 허용하지는 않는다"며 "이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개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들의 위해 고지 등은 일종의 심리적 폭력이고, 해악의 고지만으로 협박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시위하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위력을 보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을 명확히 구별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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