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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위기설?…진원지는 '트럼프보다 정부 불신'

美 환율조작국 지정 등 대외변수에 대우조선 문제 더해져 韓 위기설 증폭
"조기 대선 가능성에 정부 '총대' 안멜 것" 시장 불안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 윤다정 기자 | 2017-03-03 09:05 송고 | 2017-03-03 19:08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 우려에서 시작된 '4월 위기설'이 국내 여러 불안요소와 결합되면서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근거로 제시된 사례들이 실체가 없거나 모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위기설이 확산되는 요인은 우리 경제가 닥친 위험 자체보다는 위기에 대처할 정부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설의 발원지는 '트럼프'였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4월 미국의 '압박'에 대한 우려였다. 정부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8년 제정된 미국의 종합무역법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을 대상으로 재무부 장관이 환율조작이 발생하는지를 판단한다. '대규모' '유의미한' 과 같은 추상적 어휘만 보더라도 결국 재무부장관의 재량 영역이다.  

2015년 교역촉진법은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매수 개입 등이다. 우리나라는 그중 2가지 요건에만 해당한다. 그러나 조건은 법령 사항이 아니라 미 재무부가 자체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시대에 바뀔 수 있다.
중국은 한 가지 조건만 해당되는데도 지난해 환율감시국으로 지정됐다. 2016년 10월부터 '한번 환율감시국으로 지정될 경우 최소 2회는 환율감시국에 잔류한다'는 조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가 교역촉진법에 따라 주요국에 대한 환율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기가 4월이라는 점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가 '4월 위기설'의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br><br>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할 때 금융지원이 금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 압박도 실행된다. 문제는 실제 제재보다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다.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외환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중국이 환률조작국으로 지정돼도 우리나라는 영향권에 들어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원화와 중국 위안화가 각각 10% 절상되고 중국 성장률이 1%p 낮아질 경우 2017~2019년 우리 경제 연간 성장률이 0.41~0.67%p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우려도 한몫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한 무역정책 어젠다 리포트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기간에 도입한 최대 무역협정인 한미 FTA와 동시에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적었다.

결국 환율조작국 지정과 FTA 재협상은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의지를 확인하고 사전에 대응할 만한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 인맥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한 정부는 아직까지 전면적인 접촉을 못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정치적 상황은 위기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본이 정상회담까지 마친 상황과 대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위기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경기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데 정책당국이 대선을 앞두고 총대를 메고 나서겠느냐"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총체적이고 적극적 노력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데 그전까지는 위기설도 계속 나오고 위기국면이 악화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News1
대우조선해양© News1

미국발 위기에서 시작된 '4월 위기설'에는 대우조선해양 상황이 더해졌다. 4월 4400억원의 회사채 상환일정이 있다는 이유다. 여기에 탄핵정국의 대선 일정, 북한 김일성 생일 도발 가능성까지 의혹에 의혹을 더하며 비정상적으로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대우조선 위기설의 경우 처음엔 4월 유동성 위기설로 제기되다가 트럼프 위기설과 뒤섞이면서 이야기가 커졌다. 일부 사실에 근거하기는 한다. 4월 만기가 도래하는 4400억원을 포함해 연말까지 9400억원을 갚기는 힘들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가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은 억측에 가깝다.

다행히 최근 대우조선이 유럽지역 선사와 1조원대의 선박 수주 계약에 성공하며 대우조선발 위기설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자구노력만을 강조하며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는 여전히 시장에 불안감을 준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대우조선 회사채 만기의 충격이 크기는 하겠지만 위기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위기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정부는 위기설을 부인만 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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