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카페까지…농협 문어발식 확장에 농촌 상권 붕괴되나

마트·주유소·한우전문점 넘어 장례식장 등 운영
신용-경제 분리 후 수익성 몰두…소상공인 울분

(영암=뉴스1) 박영래 기자 | 2017-02-27 10:59 송고
전남 영암의 한 면소재지 초입에 조성된 농협타운. 하나로마트, 주유소, 한우전문점, 카페가 들어서 있다. © News1
전남 영암의 한 면소재지 초입에 조성된 농협타운. 하나로마트, 주유소, 한우전문점, 카페가 들어서 있다. © News1

전남 영암의 한 면소재지 초입은 이른바 '농협타운'으로 불린다. 2014년 9월 446㎡(135평) 규모의 농협 하나로마트가 확장이전한 데 이어 농협주유소가 문을 열었다. 이어 농협이 운영하는 대규모 한우 전문식당이 들어서고 바로 옆에는 커피전문점도 들어섰다.

농협타운이 조성되면서 면 전체인구가 2200여명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의 중심상권은 면소재지서 400m 떨어진 이곳으로 옮겨졌다.

하나로마트를 포함해 이 농협타운의 매장들은 1년 365일 휴무일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

바로 인접한 영암읍에 최근 문을 연 장례식장 역시 농협이 운영주체다. 농협장례식장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영암지역에는 모두 5곳의 장례식장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농협의 문어발식 경제사업 확장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농민의 동반자'를 추구하는 농협이 오히려 열악한 농촌지역 상권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농협의 공세에 농촌지역의 소형 슈퍼마켓이나 식당가 등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 면소재지에서 60년 넘게 운영 중인 슈퍼마켓의 문모 대표는 27일 "농협 하나로마트가 초대형으로 문을 연 뒤 가게 매출이 70%가 줄었다"며 "하루 수백만원에 이르던 명절 매출도 지난해 추석이나 올해 설에는 몇십만원에 그쳤다"고 토로했다.

7곳이 영업했던 면소재지 식당도 폐업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4곳만이 영업을 하고 있으나 이곳마저도 매출이 신통치 않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농약사와 철물점 2곳도 농약과 농기자재를 판매하는 농협과의 경쟁에 밀려 이미 오랜 전 문을 닫기도 했다.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면 소재지의 공동화현상은 심화되고 면사무소와 농협, 우체국, 신협, 버스와 택시 정류장 등 공공시설만이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농협의 경제사업 확장에 따른 폐단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촌지역에서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협은 정유년 새해 경제사업 부문이 지주회사로 완전 이관해 농협경제지주 체계로 출범한다.(농협 제공)2017.1.1/뉴스1
농협은 정유년 새해 경제사업 부문이 지주회사로 완전 이관해 농협경제지주 체계로 출범한다.(농협 제공)2017.1.1/뉴스1

이같은 현상은 2012년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이후 더욱 수익성에 몰두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농협은 경제사업 시설확충을 통해 조합원과 주민들에게 편익을 주고 운영의 극대화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영암의 한 조합장은 "농촌의 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조합원과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농협이 다양한 사업영역에 뛰어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신용-경제 사업 분리의 출발점은 농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산물 판로 확보 등 농업협동조합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농촌경제를 파탄에 이르게하는 역효과를 내면서 농협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때문에 농촌경제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농협의 경제사업 영역을 '농업과 농민을 위한' 사업영역으로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대 한 교수는 "농협이 원활한 농산물 유통을 위해 택배사업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농협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일정정도 통제하기 위한 법적인 강제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r2003@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