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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파격' 버리고 '기본기' 살린 LG G6, 약일까 독일까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7-02-27 07:39 송고 | 2017-02-27 09:02 최종수정
 
LG G6 © News1
LG G6 © News1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요?"

스마트폰 성능이 최상에 이르러 하드웨어면에서 더 이상 깜짝 놀랄 혁신은 어렵다고 할때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은 지난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 기존에 없던 '모듈형' 디자인의 'G5'를 공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G5는 스마트폰 하단부에 있는 모듈을 서랍처럼 당겨서 분리하거나 교체하면 카메라나 고급오디오 등 여타 디지털 기기로 깜짝 변신해 일명 '트래스포머폰', '모듈폰'으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당시 조 사장이 무대에서 직접 G5를 소개하며 제품 하단을 분리하자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착탈식 배터리를 지키면서 다른 디지털 기기로 확장·변신하는 발상의 전환에 열광했다. 

앞서 2015년 출시된 G4도 파격적이었다. 스마트폰이 디지털 기기의 첨병이지만 반대급부로 사람들이 아날로그 감성에 목말라 한다는 점에 착안해 메탈 일색인 후면 재질에 파격적으로 천연가죽 재질을 사용했다.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천연가죽의 '손맛'으로 차별화한 것이다. 

두 제품 모두 '파격'과 '혁신'을 쫓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참패' 수준인 G4에 비해 G5는 그나마 초기 반응이 뜨거워 전세계 1000만대 판매기록을 세운 G3를 능가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있었지만 G5 역시 고배를 마셨다.   

이후 1년 만에 G시리즈 차기작 'G6'을 내놓은 LG전자에 '파격'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최근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 갖춰야할 '기본기'에 방점을 찍었다. 

조준호 사장은 "그동안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이나 독특한 재질, 특별한 기능 등만 생각했지만 G6는 혁신의 초점을 기본에 맞췄다"며 "G6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준호 사장의 발표 스타일도 확 변했다. G5 특유의 독특함으로 생기가 넘쳤던 지난해 언팩 무대 대신 올해 무대는 첫 도입한 18대9 화면비에 대한 설명 등 정보제공 위주로 꾸며졌다. 

LG전자가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 산 호르디 클럽(Sant Jordi Club)에서 LG G6 공개행사를 열었다. (사진제공=LG전자) © News1 임세영 기자
LG전자가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 산 호르디 클럽(Sant Jordi Club)에서 LG G6 공개행사를 열었다. (사진제공=LG전자) © News1 임세영 기자


그간 삼성전자에 밀려 '만년 2인자' 신세인 LG전자는 차별화를 위해 파격, 혁신에 주력했다. 하지만 정작 스마트폰이 갖춰야 할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표적인 소비자 불만이 기기 스스로 껐다 켜졌다는 반복하는 '무한부팅' 현상이다. 발열도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LG전자는 파격변신보다는 올해는 약점을 보완하고 높아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경쟁사 제품에 비해 뒤처져있는 기능 보강에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G6는 18대9 화면비의 풀비전 디스플레이에 방수·방진 기능이 처음 적용됐다. 자체 개발이 아닌 구글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트턴트'를 활용하기는 했지만 AI 기능도 처음 선보였다. 2년째 답보 상태인 모바일 결제시스템 'LG페이'도 오는 6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한국에만 출시할 예정이다.  

방수·방진 기능을 위해 LG전자 스마트폰의 장점으로 꼽히는 착탈식 배터리도 과감히 포기했다. G시리즈의 첫 주자로 2012년 출시된 옵티머스G6 이후, G시리즈 중에 일체형 배터리를 도입한 것은 G6가 처음이다. 

디자인을 위해 일체형 배터리를 고수해온 애플 아이폰과 달리 국내 스마트폰은 착탈식 배터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디자인을 위해 삼성전자도 일체형 배터리 대열에 합류하면서 LG전자 G시리즈의 착탈식 배터리는 차별화된 장점으로 통했다. 결국 LG전자마저 방수·방진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착탈식 배터리를 포기했다. 

파격과 혁신 대신 안정과 기본기를 택한 LG전자의 이번 G6 출시 전략에 소비자는 물론,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기본기능에 충실한 전략이 그간 LG 스마트폰을 외면해온 고객 저변을 넓혀 잠재 고객 확대에 통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LG전자 스마트폰의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져 기존 'LG 마니아'마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부정론도 만만찮다. LG전자가 이번에 G6가 추가한 기능들이 이미 여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도입된 기능이라는 점에서 G6의 '뒤늦은 스펙 따라잡기'를 위해 LG만의 차별점을 버린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고객은 "이제 어느 폰에나 있게 된 방수·방진 기능보다 LG에만 남아있는 착탈식 배터리때문에 LG폰을 선택하는 고객이 많았는데 이렇게 되면 LG전자의 차별점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G3의 성공 이후, 연이은 파격으로 차별화에 나섰던 LG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G6는 무리수보다는 안전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목도는 높아지만 결국 판매는 부진했던 G5와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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