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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나도 평범한 사람, 현실적 가장에 공감했다"(인터뷰①)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7-02-26 14:35 송고
배우 이병헌은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남다른지 주저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곤 했다. 영화 '달콤한 인생'과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각별한 작품이라고 고백한 것. 영화 '내부자들'의 흥행 이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는 그이기에 이번 작품에 어떤 이유로 그렇게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인지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가졌다. 톱스타인 그가 현실의 평범한 가장 역할로 등장하는 작품에서 어떤 부분과 공감대를 형성했을지도 궁금해졌다.
'싱글라이더'는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 강재훈이 직장에서 위기를 겪은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비밀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이병헌은 극 중 모든 것을 잃고 사라진 한 남자 강재훈 역을 맡았다. 강재훈은 실적 좋은 증권회사 지점장이자 기러기 아빠로, 자신과 관계된 부실 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후 아내 수진(공효진 분)과 아들을 찾아 호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쉽게 다가서지 못하다 호주 워홀러 지나(안소희 분)를 돕는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싱글라이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star / 올댓시네마
배우 이병헌이 영화 '싱글라이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star / 올댓시네마

이병헌은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또 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 같은 드라마 장르의 영화에 대한 갈증도 고백했다. "한국 영화가 막연하게 한쪽 장르에만 쏠려 있지 않나. 나도 막연하게 범죄, 액션 장르의 영화에만 출연하다가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맞다, 내가 이런 장르를 좋아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가 있는 것은 아닌데, 내가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 영화를 좋아했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고 털어놓은 것.

감성이 묻어나는 느린 호흡과 여백의 공간이 미덕인 작품이긴 하지만 분명 상업영화로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누군가의 취향상 별로 안 좋아하는 영화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특별한 인생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중간하게 괜찮다고 해서 흥행하는 것 보다 누군가에겐 확실하게 인생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번지점프를 하다'도 흥행하진 않은 작품이지만 이후에 좋은 영화라고 호평을 받았다. '달콤한 인생' 역시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강재훈이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가장을 대변하는 기러기 아빠로 설정돼 있지만 이병헌은 공감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는 '내부자들' 안상구나 '마스터'의 진회장 같은 캐릭터 보다 강재훈이라는 인물이 훨씬 다가가기 편했다"면서 "내 안에는 다른 두 가지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살았던 기간이 길지만 내 안에도 너무나 평범한 듯한 내가 있다. 나도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측면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인물의 상황을 공감하거나 감정 이입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대사가 부재한 장면에서의 연기는 어땠을까. 이에 대해 이병헌은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각 상황과 장면에 따라 그 감정을 갖고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돌고 있는 순간 그 감정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고, 그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이 의도한 것들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다"고 털어놨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대사가 많이 없기 때문에"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서 "대사가 없어도 지문을 보면 긴 시간 이주영 감독이 다듬은 것 같은 티가 난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 이병헌이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올댓시네마
배우 이병헌이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올댓시네마

'싱글라이더'는 반전이 놀라운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반전을 위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반전을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병헌이 아내 이수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캐릭터를 만들어갔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이병헌은 "재훈과 수진은 가정이 행복해지기 위해 아이에만 공통된 관심을 두고 각자의 삶을 살게 된 파트너의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사랑과 대화가 없어진 동지 같은 관계라고 봤다"며 "수진이라는 인물이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하기 보다 재훈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수진이 이웃 남자인 잭과 남녀 관계에 놓였다기 보다 기대고 싶은 친구 관계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 이병헌은 "이 작품에선 강재훈만 상처 받은 인물이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는 "강재훈은 지금 살고 있는 모든 가장들과 대부분의 일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느낌이 있다. 목표를 위해 소소한 행복을 미뤄두고 앞만 보고 가다 자아를 잃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가장 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내, 청년들까지 모든 사람들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어느 나이 때, 어느 성별의 관객이 봐도 '싱글라이더'의 인물들에게는 외로운 자신들의, 현대인들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고 고백했다.

▲ 인터뷰 ②에서 계속.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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