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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단지라서 대출이 안된다?"…건설사·계약자 '발 동동'

시중은행 대출 기피로 제2금융권으로 간 건설사들 '직접 보증' 부담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2017-02-26 07:00 송고
© News1 정회성 기자
© News1 정회성 기자

"대단지가 죄네요. 대단지라 대출 규모가 커서 대출이 어렵다고 핑계를 댑니다. 대단지가 장점이라고만 생각했지 대출 과정에서 그거 때문에 발목이 잡힐 줄 몰랐네요."(고덕그라시움 조합 관계자)
중도금 등 집단대출 대란 속에서 대단지 분양 아파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데다 특히 대단지의 경우 대출규모가 막대해 금융권이 대출심사 자체를 꺼리고 있어서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그사리움'은 1차 중도금 납부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금융권과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맺지 못했다. 1차 납부기한은 3월20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고덕그라시움은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 한 아파트로 지난해 10월 분양 당시 청약자가 3만6000여명 몰린 곳이다. 총 4932가구 초대형 대단지로 이 중 일반분양도 2010가구나 된다. 조합원 대출은 인근 지역농협에서 4.7% 금리의 개인 신용대출로 해결하기로 했고 일반분양 대출은 아직 대출은행을 찾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 등 사업자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계약자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중도금을 낼 수 있도록 '집단 대출'을 알선한다. 고덕그라시움의 경우 재건축 아파트라 조합이 사업자가 된다. 일반분양의 집단대출 금리가 오를수록 조합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24일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로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국은 올해 1월1일 이후 분양 공고된 사업장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고덕그라시움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소급 적용 받은 것. 고덕그라시움 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이전에 분양해 (중도금 대출 대란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계약도 100% 다 마쳐 리스크도 낮은데 은행들의 대출 거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은 여신심사가 강화돼 대출 규모가 큰 집단대출은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단지의 대출규모는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해 개별은행이 부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은행 입장에서는 손쉬우면서도 위험이 낮은 수익원"이라면서도 "하지만 당국의 지침이 정해진 상황에서 돌출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국의 전향적인 제스처 없이는 지금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중도금 대출 기피로 건설업계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1금융권에서 중도금 대출은행을 찾지 못한 건설사들이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직접 보증' 사례도 부쩍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집단대출 심사 강화 이전에는 월간 1~2건에 불과했던 건설사 직접보증이 이달 들어 12건으로 급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는 보증을 제공하지 않아 건설사가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직접 보증을 선 다는 것은 약정 은행서 돈을 빌리는 계약자들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진다는 것"이라며 "금리인상으로 계약자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그 책임을 건설사가 안게 된다"고 말했다.


yagooj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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