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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쇼크사' 주장에 말레이 'VX' 사인 밝혀…설곳 사라지는 北

'쇼크사'라던 북 주장 거짓으로 밝혀져
中 향한 이례적 비판·동남아시아 외교 관계 최악길로

(서울=뉴스1) 조규희 기자 | 2017-02-24 15:28 송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을 찾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시위하고 있다.    2017.2.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난 2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을 찾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시위하고 있다.    2017.2.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북한이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공화국 공민의 심장 쇼크사'로 규정했지만 24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보란듯이 생화학무기인 'VX'를 시신에서 검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친족 살해에 국제사회에 금지된 화학물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국제적 비판은 물론 비교적 외교관계가 원활했던 동남아시아에서 설자리 줄어들게 됐다.
아울러 이례적으로 '방패막이' 중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김정남 피살 사건의 핵심용의자 인도, 북한 대사관 직원 및 고려항공 직원의 수사 협조 등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식 요청을 묵살했다.

오히려 '심장 쇼크사'로 규정하며 시신을 인도하지 않는 말레이시아 정부를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날 시신에서 검출된 확실한 증거인 'VX' 공개에 앞서 북한을 향해 '불량국가(rougue nation)',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응수하는 한편 평양 주재 북한대사도 소환하면서 '외교 단절' 절차를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인이 규명되는 과정에서 김정남의 신원까지 확인된다면 '북한 국적의 김철'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은 더이상 숨을 곳도 없어지며 동남아시아 외교 관계가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다.

현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속한 동남아 10개국은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다. 이중에서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 5개국은 평양에 대사관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김정남 사건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는 주권존중, 불간섭이란 동남아 각국의 비동맹 외교 전통에 배치되고 있다. 아울러 남북을 향해 어느정도 등거리 외교노선을 견지해온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국제사회 뿐 아니라 경제 등 다방면에서 북한에 도움을 주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도 심상치않다.

북한은 23일 이례적으로 중국을 정면 겨냥,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도 저들의 너절한 처사가 우리의 인민생활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아니며 핵 계획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의 전면금지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2호 미사일 도발에 이어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북·중 관계가 점차 멀어지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마저 잃는다면 북한은 진정한 의미의 '미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김정남 피살이라는 무리수가 외교적 고립이라는 또다른 무리수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든 듯하다.


playing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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