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중기중앙회, 박근혜 대통령 '창조경제' 지운다?

정책 자문위원회 명칭서 '창조경제' 삭제…"정치적 부담"
박성택 회장 취임 후 정책 야권과 가까워…탄핵·대선 변수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7-02-27 06:40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6년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6.1.1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6년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6.1.1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국내 경제 5단체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가 탄핵·대선 정국을 맞으면서 복잡한 정치적 셈범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느냐가 이 셈법의 핵심이다.
27일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 정책 자문기구로 볼 수 있는 '중소기업 창조경제확산위원회'의 명칭이 '중소기업 혁신생태계확산위원회'로 변경됐다. 이 이원회는 새 명칭으로 23일 첫 회의를 열었다.

2013년 7월 출범한 운영회는 명칭 변경 이유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한 우호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중기중앙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상징인 '창조경제'에 대한 부담이 명칭 변경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추진해 온 행사인 '창조경제 공감콘서트' 명칭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내부에서 나온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창조경제란 명칭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1962년 설립된 중기중앙회는 300만개로 추산되는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하지만 단순한 이익 대변 단체로만 볼 수 없다. 중기중앙회장은 부총리급 예우를 받고 각계각층 인사를 두루 만난다. 중소기업청과 함께 중소기업 정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해왔다.
이로 인해 중기중앙회는 정치권과 거리를 멀리 두지 못한다. 중소기업은 정권마다 경제 정책의 핵심인데다 정치권도 중소기업을 일종의 '민생 프레임'으로 활용해왔다. 실제로 김영삼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은 직접 중기중앙회를 방문했다.

외부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시절 김기문 전 중기중앙회장이 활발하게 활동한 덕분에 중기중앙회가 정치적 입김을 가장 강하게 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중기중앙회는 현 정권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작년 1월에는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박 대통령이 참석했다. 신년인사회가 시작된 이래 현직 대통령의 첫 참석이란 점이 주목받았다.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행사 명칭을 사용하거나 논평 발표, 정책 반영과 같은 방식으로 지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 분위기는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사뭇 달라졌다. 여기에 탄핵·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현 정권을 마치 '계륵'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례로 중기중앙회는 탄핵 정국이 있기 직전인 작년 10월에는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최근 들어서는 '공정한 시장 경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야권과 정책 구상을 함께 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위기를 겪고 대기업의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며서 중기중앙회의 위세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중기중앙회의 정치적 색깔은 빠르면 매년 5월 치러지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확인된다. 작년 5월 이 행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중소기업인들을 불러 중기업계의 현안을 들었다.

만일 탄핵이 인용돼 5월쯤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야권이 정권을 잡게된다면 중기중앙회는 이 행사를 통해 다른 경제단체들보다 먼저 차기 정권과 친밀함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반대로 탄핵이 기각되는 상황은 중기중앙회 입장에서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다. 박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임기를 채운다면 현 정권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 둘지 고민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수성향이 짙다고 알려진 기업인들의 입장을 대변할지, 박 대통령에 대한 어느 편의 여론을 더 받아들일지, 야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책적 노선을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 다른 관계자는 "애매한 시기에 행사를 치르게된 것 같다"며 "아직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ggm11@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