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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추방돼 자살 멕시코인은 기러기 아빠"…동정쇄도

LA타임스 "수년간 캘리포니아 정원사로 일해"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7-02-23 10:25 송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인 티후아나에서 미 국경순찰대가 멕시코 이민자와 현지 친지들을 위해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 AFP=뉴스1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인 티후아나에서 미 국경순찰대가 멕시코 이민자와 현지 친지들을 위해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 AFP=뉴스1

미국에서 추방된 직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40대 멕시코 불법 이민자는 고국에 있는 세 아들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하던 기러기 아빠였다고 미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보도했다.
멕시코 현지 텔레비사 뉴스 등은 과달루페 올리바스 발렌시아(44)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오전 9시쯤 미 이민세관국(ICE)에 의해 추방된지 40여분 만에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 인근 다리에서 뛰어 내렸다고 보도했다.

올리바스는 구조 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으며 ICE가 모든 추방자에 제공하는 플라스틱 봉지와 함께 발견되면서 방금 전 미국 국경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올리바스의 죽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과 추방을 강화한 가운데 나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이 이 남성의 죽음을 불렀다는 비판에 놓였다.

올리바스의 조카인 유리바 발레스 데 에스피노자는 삼촌이 2014년 아내가 숨진 뒤부터 멕시코에 있는 아들 3명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레스는 고인이 "추방 탓에 절망해" 다리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멕시코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아들들을 돌보기 위해 일하는 것은 "그의 일생과 다름 없었다"는 것이다.

LA타임스는 이번 사건에 정통한 한 멕시코 관료를 인용해 올리베스가 지난 수년 간 캘리포니아 주에서 정원사로 일했다고 전했다. 올리바스는 숨지기 하루 전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건너던 중 체포됐는데, 정황상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올리바스가 추방된 이후 그를 목격한 한 사람은 AFP통신에 고인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도시로 추방돼 큰 걱정을 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올리베스가 총 3번에 걸쳐 미국으로부터 추방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다만 한 유가족은 올리바스가 구직이 아닌 멕시코에서 마주한 여러 문제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국경을 건너려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주 검찰은 올리바스의 죽음을 자살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리바스의 죽음에 대해 미국인들은 동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은 "이 비극적인 죽음이 인종차별주의자들로 하여금 증오를 표출하게 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불법체류자 추방은 무관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남성은 "이 나라에 불법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그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모두들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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