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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원클릭]A은행 김과장, B은행에서 대출받은 사연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7-02-26 09:0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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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회사 자랑을 할 정도로 애사심이 넘치는 A은행 김 과장. 그런 김 과장이 지난주 몰래 B은행을 찾아가 신용대출을 받았습니다. 회사 로열티(충성심)가 강한 김 과장이 경쟁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B은행 대출이 금리도 싸고 한도도 높기 때문입니다. 김 과장이 몸담은 A은행은 B은행보다 신용대출 금리가 1%가량 비싸고, 한도도 2000만원에 불과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네요.
경쟁 은행을 찾아 돈을 빌리는 은행원은 비단 김 과장뿐만이 아닙니다. 좋은 금리 조건을 찾아 다른 은행에서 대출하는 은행원이 적지 않습니다. 국내 은행엔 자사 임직원들을 위한 대출 상품이 없습니. 대기업 임직원은 물론 군인, 교사, 공무원 등을 위한 특별 상품은 많은데 말이죠. 은행원 입장에선 회사가 야박하고 야속하다고 느낄만 합니다.

은행도 할 말이 있습니다. 자사 직원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은행들이 임직원들에게 돈을 펑펑 빌려줬습니다. 금리가 0%에 가까울 정도로 쌌습니다. '황제대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특혜 대출 논란으로 사회적 질타가 쏟아지자 2015년 초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 들었습니다. '임직원 저리 대출'을 은행권의 부당한 관행으로 지목해 시정권고를 한 것이죠. 은행들은 임직원 대출을 오히려 더 엄격히 심사합니다. 이자를 우대해주는 특혜도 없고요. 금감원이 검사를 나오면 먼저 살펴보는 것도 임직원 대출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은행 직원을 우량 고객으로 확보하기 경쟁도 치열합니다. 은행원은 연봉이 많고 고용도 안정적이어서 다른 은행에서도 초우량 고객으로 인정받습니다. 신용도가 높아 금리도 일반 고객보다 우대해 줍니다. 은행 커뮤니티에선 은행원들이 서로 금리를 공유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게 낯선 일이 아닙니다. 

김 과장은 그래도 볼멘소리를 내놓습니다. "삼성전자 직원은 TV를 살 때 할인받고, 현대차 직원은 자동차 살 때 할인받는데 은행원에게만 이런 기준을 적용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일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은행원이라고 해서 남의 돈(고객 예금)으로 싼 대출을 받을 권리는 없습니다. 정당하게 금리가 좋은 은행을 찾아 다니는 게 속편하지 않을까요.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 보단 말이죠.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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