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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가?…"원유시장 악재 때마다 거액 매수세 등장"

"美 재고 급증 발표 10분 후 '가동'…6주째 반복"
FT, 강세 베팅 헤지펀드와 산유국에 '의심' 시선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17-02-16 15:38 송고 | 2017-02-16 16:22 최종수정
미국 노스다코타주 유전지대. © AFP=뉴스1
미국 노스다코타주 유전지대. © AFP=뉴스1

미국 원유 시장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재고가 급증했다는 악재성 발표가 나올 때마다 대규모의 원유 매수세가 유입돼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패턴이 올해 내내 반복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유 생산자와 헤지펀드들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고 있을지 모른다고 '조작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반적 시장 원리로는 재고와 가격이 함께 오르지는 않는다. 지난주에 기록한 미국의 상업용 원유재고 5억1810만 배럴은 지난 1980년초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초과 공급은 시장에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이 규칙이 느슨해졌다. 앤디 레보우 원자재리서치그룹 컨설턴트는 "그래서 요즘은 '재고 급증 발표에 매수하라'는 주문이 시장에 통한다"며 "실제로 그런 매매전략이 통하고 있다. 매주마다 원유재고가 증가했다는 발표가 나올 때마다 그렇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더들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석유보고서를 집요하게 지켜보고 있다. 석유보고서는 미국내 원유 공급과 수요의 동향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15일(현지시간) EIA는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95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2주 연속된 폭증세였다.

그러나 이날도 '교과서적인' 사례가 나타났다. 뉴욕 현지시간 기준 오전 10시30분에 원유 재고가 발표된 6분 뒤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 가격은 장중 최저치인 배럴당 52.85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10분 뒤에는 25센트 오른 배럴당 53.45달러로 뛰었다. 이 반등은 오전10시45분~46분 사이에 130만배럴에 달하는 대규모의 계약이 거래되면서 나타났다. 
지난 6주간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총 3910만배럴 늘었다. 매주 증가분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초과했다. 각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WTI 가격은 하락했으나, 거래량이 20분 후 크게 늘어나면서 시장 흐름이 반전했다. 

평소 같으면 차분했을 원유시장에 '입찰 배후에 누가 있느냐'를 두고 설(說)이 분분했다. 올해 미국 원유재고의 기록적인 급증세 속에서도 WTI 가격은 평균 거래가 53달러를 중심으로 5달러 이상 떨어진 적이 없다.

올레 한슨 색소뱅크 수석 원자재전략가는 "악재성 EIA 통계가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가운데 지난 몇주간 원유시장에서는 이해 못 할 일들이 많았다"며 "유가는 매주 EIA 발표 직후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했고 모두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OPEC이 지난 1월1일 이후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데 베팅해왔다. 한슨은 "원유 시장을 지탱하는 것은 두 그룹에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며 "감산하는 생산자 그룹과, 큰 규모의 롱포지션을 구축해놓은 헤지펀드 그룹이다"라고 말했다.

더그 킹 머천트커모디티펀드 공동창업자는 매수세 이면의 '많은 아젠다들'을 봤다고 말했다. OPEC의 감산효과가 체감될 때까지 과도한 재고 이슈를 시장이 무시하도록 하려는 대형 헤지펀드들의 어젠다라는 것이다. 

킹은 매일 수백만 배럴을 생산하는 OPEC 회원국들 역시 가격을 방어할 인센티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대의 아래에서 수천개의 선물 계약을 매입하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물 시장의 익명성을 고려할 때 누가 그런 매수세를 가동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한 트레이더는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해도 EIA의 재고 발표 뒤에 거래 규모가 급등하는 현상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그걸 봤다"고 덧붙였다.

재고지표 발표를 둘러싼 가격 급등락은 시장의 폭넓은 긴장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표 발표 이후 자동화된 거래 프로그램이 행하는 매도가 장기적 관점을 가진 투자자에 의해 반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올리비에 야콥 페트로매트릭스 애널리스트는 강한 매수 규모가 보통 발표 후 10분만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이미 누군가가 가격 방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유 가격은 여전히 변동 범위 안에 묶여 있다"며 "이 강력하고 체계적인 매수세를 추종하는 강력한 '사자' 주문이 따라붙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EIA 보고서가 여전히 주목을 끌고 있지만 중요성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마크 본더하이데 제네바에너지마켓 트레이더는 "통계는 오래된 뉴스"라며 "1000여명의 사람들이 수집하고,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된 것들을 코드화하는 작업일 뿐"이라고 말했다.


min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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