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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깔아준 판에 응했을 뿐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재구성

처음부터 상장의도 없어...상장실적 몸단 거래소가 러브콜
거래소내 코스피·코스닥본부간 상장유치경쟁...유리한 코스피로 결정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김민성 기자 | 2017-02-13 16:29 송고 | 2017-02-14 11:22 최종수정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10일 오전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주)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 상장기념패 전달 후 박태진 JP모건증권 대표(왼쪽부터), 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 박장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이사, 이은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주) 대표이사,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김진규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2016.11.10/뉴스1<br /><br />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10일 오전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주)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 상장기념패 전달 후 박태진 JP모건증권 대표(왼쪽부터), 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 박장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이사, 이은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주) 대표이사,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김진규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2016.11.10/뉴스1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 한국거래소 상장관련 담당자들이 수차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방문, 유가증권시장 개정 사실을 설명하며 상장을 권유했다.

업계와 거래소, 증권가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거래소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있기전까지는 상장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상장을 추진한다고 해도 나스닥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었었다. 적자상태여도 상장이 가능했었고 기술기업으로 나스닥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도 고려됐다. 

처음엔 삼성바이오에피스만 상장의도

원래 삼성이 상장을 의도했던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니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였다. 삼성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을 공식화한 때는 2015년 7월1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합동간담회였다. 삼성 바이오사업의 비전을 밝히는 이 자리에서 고 사장은 내년 상반기 미국 나스닥 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세계적인 바이오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 사장은 “야구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를 꿈꾸듯이 나스닥 상장 추진도 단순히 자금조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약·바이오의 주요시장인 미국에서 우리의 가치를 증명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전에도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직스 상장에 부정적이었다. 2014년 7월10일 김 사장은 <뉴스1>을 만난 자리에서 상장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계획이 없다"고 말했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br /><br />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6년 상반기 나스닥상장을 목표로 주관사를 선정했다는 일정이 나오는 2015년 여름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투자계획만 언급했을 뿐 상장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관심을 표시하지 않았다.

상장실적에 몸단 거래소, 요건 바꾸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적극 권유

그러다 2015년 11월가서 한국거래소 수뇌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을 직접만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닥시장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시기적으로 이때 한국거래소는 선진시장과 달리 성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라는 이유로 상장이 불가능했던 '코스피시장 상장요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만들었던 때였다.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2015년 7월 코스피시장 상장요건 개선안 마련을 검토하기 시작해 그해 10월27일 시장위원회 의결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하고 2015년 11월4일 규정을 개정했다. 거래소는 이 때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까지 하며 상장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 연결기준 매출액 1053억 원, 영업손실 1051억 원, 당기순손실 839억 원을 기록했다. 기존에는 매출기준(1000억원·3년평균 700억원)과 이익기준(30억·3년평균 60억원)을 함께 충족하거나, 시가총액기준(4000억원)과 매출기준(2000억원)을 함께 충족하는 단 두가지의 경우에만 코스피시장에 상장이 가능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적자기업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어떤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새 규정에서는 코스피 상장요건에 이전에 없던 '자본'요건이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시가총액이 6000억원 이상이면서 자기자본이 2000억원을 상회하는 '대형성장 유망기업'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이면서 매출액이 1000억원을 상회하고 자기자본이 300억원을 넘는 '이익미달 우량기업'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이면서 영업이익이 50억원을 상회하고 자기자본이 300억원을 넘는 '매출미달 우량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자기업이었으나 두번째 요건에 해당돼 코스피시장 상장요건을 충족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코스피시장은 개인 투자자 위주의 코스닥시장에 비해 투자자 저변이 넓다. 지수선물 등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코스피200 지수도 있어서 가치를 평가받기에는 코스닥보다 코스피가 유리하다고 기업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를 포함해 그간 코스닥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겨간 것도 이같은 평가에 근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코스닥, 나스닥외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더 늘어난 것이다. 당시 거래소에서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은 자회사로 분리를 앞두고 상장 유치경쟁이 달아오르던 때였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br /><br />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거래소내에서 코스피·코스닥본부 상장 유치 경쟁

코스피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도 같이 중요한 사업목표로 당시 시가총액이 10조를 호가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 목표를 두고 내부 유치경쟁을 벌였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은 굴지의 삼성계열사를 유치함으로써 2부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을 목적에서, 코스피시장은 성과를 드높일 목적에서 바이오로직스 상장에 적극적이었다. 

거래소내 본부간 상장유치 경쟁이 있었다는 것은 청와대 개입설과 상충되는 요인이다. 청와대 개입이 있었다면 굳이 본부들이 서로 유치경쟁을 전개해야할 필요성이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거래소 코스피시장 관계자는 1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성장성 있는 대어를 상장시킴으로써 상장 실적을 더 올리자는 취지에서 코스피 시장 상장 규정 개정을 서둘렀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당시 거래소는 최경수 이사장체제에서 상장을 주요 경영지표로 삼고 실적을 올리느라 몸이 달아있을 때였다.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너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상장 철회 사례가 잇따른 가운데 당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수익률이 좋지 않거나 청약경쟁률이 예상치를 밑도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가 공모규모만 2~3조로 추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밀어부친데는 여론의 영향이 컸다. 엘론 머스크가 2004년 설립한 테슬라는 10년 적자상태로 나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이 20배로 커졌는데 왜 성장 잠재력 있는 국내 회사가 해외에 상장하는 것을 방치해 국내 투자자가 투자과실을 얻어갈 기회를 스스로 없애느냐는 비판이 높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상장계획을 밝힌 이후 이같은 여론이 형성됐다.

또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45.6%를 나눠갖고 있던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2015년 여름 합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잠재가치가 부각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말에서야 국내상장 수용

거래소로부터 꽃놀이패에 가까운 제안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2월21일경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며 "자금조달 규모상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시장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밝힌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 코스닥시장과 코스피시장간의 유치경쟁은 지속된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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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들어 코스피시장 상장 준비가 본격화되고 당초 의도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연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투자할 실탄이 자동적으로 마련되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4월28일 이사회를 열고 그해내로 코스피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그해 5월 한국투자·NH투자증권, 씨티, JP모간, 크레스트스위스 5개사가 상장주관사로 결정되고 상장은 급물살을 탄다. 같은해 8월11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거래소는 9월29일 상장을 승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에 앞서 1조232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기관들 참여액 무려 380조... 희망공모가 상단이 공모가

2016년10월초에 나온 공모희망가는 11만3000원~13만6000원이었고 예상공모금액은 1조8692억원~2조2496억원이었다. 10월 하순 기관 수요예측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는 희망공모가 상단인 13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당시 증시여건이 여의치 않아 대어상장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해외에서 주문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내외 투자자간 물량 확보 경쟁이 붙어 공모가 상단으로 결정됐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주문액은 무려 380조원으로 공모가로 환산한 공모액 2조2496억원의 169배로 알려졌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만 850여곳이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2~3일 일반 공모 청약을 거쳐 그해 11월10일 상장했다. 기관들의 참여열기가 너무 높아 개인 공모에서는 경쟁률이 45.34대1로 높지는 않았다. 공모가로 환산한 시가총액은 8조9984억원이었다.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종가는 15만8000원으로 시가총액은 10조4541억원으로 코스피 26위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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