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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문''어두운 대륙''상자'로 불린 여성의 '거기'는?

[북리뷰]'마이 버자이너: 세상의 기원, 내 몸 안의 우주'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2-10 16:23 송고
© News1


1920년대 미국의 한 전도사는 설교를 하기 전에 여성들에게 다리를 꼬아달라고 부탁했다. 여성들이 치마를 정리하고 다리를 꼬자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형제들이여. 이제 '지옥의 문'이 닫혔으니 설교를 시작하겠습니다.”
미국의 TV채널인 HBO의 인기 로맨틱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참하고 다소곳한 성격의 샤롯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 강연을 듣는다. 강사는 여성 청중들에게 손거울을 아래쪽에 놓고 자신을 직시하라고 말하고 샤롯은 집에서 이를 실천한다.

여성의 성기는 신체구조상으로 직접 관찰이 힘들고,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된 탓에 여성 스스로조차 대면하기 힘들었던 영역이다. 수천 년간 금기의 대상이었던 그것을 알맞은 용어로 지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아래쪽’ ‘거기’ 등의 비유적 표현들이 사용되어왔다. 프로이트는 여성의 성기를 ‘어두운 대륙’이라 불렀고, 온갖 해악과 질병이 나왔다는 판도라의 ‘상자’는 여러 언어에서 ‘질’을 지칭하는 속어로 쓰인다.

이런 상황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성의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옐토 드렌스는 2004년 '세계의 기원'(The Origin of the World)'이라는 '여성 성기'라는 금기를 깨는 혁명적인 책을 내놓는다. 이는 2007년 한국에 '버자이너 문화사: 교양과 문화로 읽는 여성 성기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가 10년이 지나 최근 '마이 버자이너: 세상의 기원, 내 몸 안의 우주'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책은 여성 성기의 구조와 기능, 처녀성, 프로이트, 생식, 클리토리스 절제(할례), 자궁, 바이브레이터, 여성성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숭배 등에 대한 내용과 함께 정조대, 처녀성 검사와 같은 세계의 문화적 풍습을 소개한다. 부정과 금기·억압의 대상이었던 ‘버자이너’와 오르가슴, 불감증, G스팟 따위의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의학·신화·소설·그림·역사 등을 총동원해 과학적이고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 책은 '성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낯부끄럽지 않은 오늘날도 절대로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배우'인 여성 성기를 주인공의 자리에 올린 흔하지 않은 책이다. 게다가 저자는 책에서 의학·생물학적 사실들과 문학·인류학·역사학적 정보를 경쾌하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은 문체를 통해 전혀 외설스럽지 않게 펼치고 있다.(옐토 드렌스 지음·김명남 옮김·동아시아·1만60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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