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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 악마가?"…이웃집 부부 살해 소방관의 괴이한 메모

재판부, 5차공판서 유서형식 자필메모 공개
충동, 괴물, 책임, 거짓, 악마 등 단어 등장

(평택=뉴스1) 최대호 기자 | 2017-02-08 17:28 송고 | 2017-02-08 18:18 최종수정
이웃집 부부 살해한 소방관 최모씨. 2016.8.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도박 빚 때문에 이웃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다 잠에서 깬 주인 부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소방관이 작성한 유서형식 메모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동현)는 8일 강도살인, 특수강도미수,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51)에 대한 5차 공판에서 최씨의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최씨가 직접 작성한 이 메모 첫 장에는 '충동 괴물 빚 노름 책임' '거짓된 모습' '내가 누구인지' 등 당시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는 단어들이 나열됐다.

또 '겉과 속이 다른 사람' '너무 무서워' '사람일까 괴물일까' '내 마음속에는 악마가 있는 걸까' 등의 괴이한 내용도 포함됐다.

공개된 메모 두 번째 장에는 '나를 아끼는 모든 사람에게 미안' '갑자기 찾아온 충동' '그동안 참으려고 애썼는데 마지막에 참을 수가 없었다' 등의 자책도 담겼다.
뉴스1 자료사진.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뉴스1 자료사진.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법정 내 스크린에 비친 메모 글을 읽던 재판장은 최씨에게 "왜 저런 표현을 한 것이냐"며 "범행 전 마음속에 어떤 충동 같은 것이 있었나"라고 질문했다.

최씨는 작은 목소리로 "그냥 그 단어가 생각이 났다"고 대답했다.

재판장은 "'충동을 참으려 했고 마지막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썼는데 이건 무슨 말이냐"며 "그 전에 범죄의 충동이 있었던 건 아니냐"고 최씨를 향해 재차 물었다.  

최씨는 다시 "충동을 느껴 본 적은 없었다"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재판장은 마지막 질문으로 "그날(범행 당일) 돈이나 보석 같은 것을 뒤지기는 했나"라고 물었고 최씨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재판장은 "변호인과 상의해서라도 뭔가 설명을 해줬으면 한다. 정확한 것을 알려줘야 이 사건에 맞는 형을 정하는데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범행의 실체적 동기를 밝혀 줄 것을 최씨에게 요구하면서 결심공판 기일을 내달 8일로 잡았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유족들은 법정을 나서는 검사에게 "왜 판사님이 아직도 뭔가를 궁금해 하시는 거냐"며 흥분된 어조로 질문했다.

이에 검사는 "아마도 (판사님은)피고인이 금품을 훔칠 목적으로 들어갔다가 살해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살해를 목적으로 들어가 범행한 것인지를 궁금해 하시는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기 안성시 단독주택 화재 현장.(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 News1
경기 안성시 단독주택 화재 현장.(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 News1

최씨는 지난해 8월1일 오전 3시께 경기 안성시 당왕동 2층짜리 단독주택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다 잠에서 깬 A씨(63)와 부인 B씨(56)를 흉기와 둔기로 수차례 찌르고 때려 살해한 뒤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범행 직후 직접 119에 전화해 우연히 화재를 목격해 신고한 것처럼 말을 꾸며냈으며 A씨 부부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조문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최씨는 이 범행에 앞선 지난해 7월19일 오전 3시께는 또 다른 이웃인 C씨(60) 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최씨는 당시 흉기·둔기를 들고 C씨집 담을 넘었고 2층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에 검정 래커 스프레이를 뿌린 뒤 집안으로 침입하려다 비상벨이 울리자 달아났다.

최씨는 2억6000만원에 달하는 도박 빚으로 매월 550만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강도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안성시 아양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농약을 마시고 투신을 시도하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유서형식 메모는 농약을 마시기 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sun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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