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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으로 병든 병원을 치료하다보니 사업가 됐죠"

[메디컬 리더스①]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세포치료 시장 급성장…전문병원으로 키울터"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7-02-06 08:00 송고 | 2017-02-14 16:16 최종수정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의사가 사업 타령이냐며 욕 많이 먹었지만 경영능력을 갖춘 병원장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52)은 스스로를 '사업가'라고 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모습은 영락없이 '의사'인데 그는 최근 <뉴스1>과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사업 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의사 생활 대부분을 경영자로 살았다. 처음부터 경영자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외과 전문의가 되자마자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취직을 약속한 병원의 결정번복으로 그는 졸지에 백수가 됐다. 때마침 "폐업 위기에 놓인 병원을 맡아볼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에 두말없이 수락했다. 그때가 1998년이었다.

백수보다 낫겠다 싶어 선택한 '병원 경영'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는 인수한 병원을 '인천사랑병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밤낮없이 뛰었다. 적자투성이 병원을 흑자로 전환하는게 급선무였다. 몇개월 동안 응급실에 날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지냈다. 이 이사장은 "정말 절박한 심정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친절과 신뢰'를 바탕으로 병원을 운영한 결과 1년 만에 병원은 정상화됐다. 인수 당시 150개 병상이었던 병원은 10년만인 2009년 400개 병상으로 커졌다.

◇골리앗을 삼킨 다윗…의료재단으로 우뚝 
'인천사랑병원'을 반석위에 올려놓은 이왕준 이사장은 병원 경영에 자신감이 붙었다. 2009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산 명지병원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인수 당시 명지병원은 530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이었다는 점에서 의료업계는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고 평하기도 했다. 명지병원의 빚이 워낙 많다보니 회생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 이사장은 "당시 주변에서는 다 만류했죠"라며 "지금 돌이켜보면 잘한 결정이었지만 당시로선 부채가 많은 명지병원을 인수한다는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주변 만류를 뿌리치고 인수한 명지병원은 이제 명지병원과 인천사랑병원, 제천명지병원 등을 거느린 '명지의료재단'으로 거듭났다. 명지병원을 인수한 지 8년만의 성과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의료시장의 현실을 의료진에게 항상 강조하는 편"이라는 이 이사장은 "2015년 서울 대형병원도 뚫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를 의료진 감염없이 치료해낸 건 명지병원의 경쟁력이자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회생 불가능' 진단이 내려진 병원을 연거푸 2곳이나 되살려낸 그에게 '1등 DNA'를 배우겠다며 방문한 국·내외 의료기관은 지금까지 300곳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미래의학 '세포치료센터'로 세번째 도전

그는 이제 세번째 도전에 나선다. 명지병원을 세포치료 전문메카로 만들 생각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세포치료센터' 문을 열었다. 정진호 진료부원장이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세포치료는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증식해 의약품으로 만들어 환자 몸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미래의학으로 꼽힌다.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나 균을 없애는 면역세포, 세포 스스로 분열해 신체기관을 구성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암이나 면역질환, 희귀난치질환을 치료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인데다 시중에 나온 치료제가 적어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건 한계점이다. 이 이사장은 "세포치료는 분명 도전적인 과제"라면서도 "명지병원이 대형병원과 경쟁하며 전국구로 가는 차별화 전략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녹십자셀·코아스템 등 국내 세포치료제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는 센터는 루게릭센터와 항암면역센터, 무릎연골재생센터로 나눠져 있다.

루게릭센터는 코아스템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루게릭병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R주'로 환자를 치료한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죽어 서서히 근육이 굳고 환자 호흡기관이 마비돼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항암면역센터는 녹십자셀이 개발한 항암면역세포 치료제 '이뮨셀-엘씨'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해 항암기능을 극대화한 뒤 다시 몸에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600제곱미터(㎡) 규모로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세포치료시설을 짓고 있다"며 "3월까지 설비공사를 끝내고 시험 가동과 인증을 거쳐 6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설이 가동되면 명지병원은 임상연구와 생산, 환자 치료에 이르기까지 세포치료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 이사장은 "국내 세포치료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명지병원은 바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임상연구하고 치료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지 않으면 사기꾼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웃는 그는 "정부도 세포치료 활성화를 위해 자격이 있는 기관에 한해 규제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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