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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늘 무모하게 도전하는 청년이고 싶다"(인터뷰①)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7-02-05 10:00 송고
배우 정우성은 줄곧 인터뷰 때마다 연기자로서 혹은 선배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출연 역시도 그런 그의 책임감과 맞닿아 있던 선택이었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내 직업을 통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 수 있을까"라는 그의 고민이 배우로서도 용기가 필요로 했던 '더 킹'이라는 작품의 출연으로 이어진 셈이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제가 40대 기성세대이자 선배가 돼 있더라고요. 어떤 현장에 나가도 제일 선배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내 직업을 통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기성세대로서 사회에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하게 됐어요. 영화는 낭만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현실과 시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해요. '아수라'를 마치고 '더 킹'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배우로서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지만 당연히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 정우성이 영화 '더 킹'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 News1star / 아티스트 컴퍼니
배우 정우성이 영화 '더 킹'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 News1star / 아티스트 컴퍼니

정우성이 '더 킹'에서 맡은 역할은 대한민국 권력 설계자이자 정치검사인 한강식. 한강식은 출세를 꿈꾸는 박태수의 워너비가 된 전략부의 부장검사로,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정의롭고 합리적인 선택 보다 실리적인 선택이 옳다고 믿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 "내가 역사야, 이 나라고"라며, 자신이 쥐었다고 확신한 권력을 완벽하게 신뢰하고 특권 의식에 자아도취된 모습으로 관객들이 비웃고 조소하게 만든다. 마치 한재림 감독이 영화에서 권력의 속성을 깃털로 표현했던 이유를 한강식만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우매하리 만치 실리만 쫓아간다. '더 킹'에서 가장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인물이다.

"한강식을 보면서 화가 났어요. 맞는 얘기를 하지만 바른 선택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올바른 길을 지향한 사람이라면 '역사가 이러니까 국민의 편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검사가 되자'고 해야 하는데 '권력에 기생하면서 부역자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우아한 척, 온갖 품위 있는 척 하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행동들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아요. 품위 있는 척을 하고 그럴싸하게 보이려 확신과 자신감으로 차 있는 말을 하지만, 정보에 의한 판단 보다 무당을 찾아가 미신에 의지하기도 하고요. 그만큼 관객들에게 하찮고 우스워 보이게 하고 싶었고, 관객들이 비웃게끔 무너뜨리고 싶었어요."

정우성은 한강식의 전사를 박태수로 봤다. 그의 말처럼 '더 킹'은 시대의 몸부림과 권력에 대한 투쟁을 그리는 작품은 아니지만 권력자들이 만든 불합리적이고 부조리한 시스템 내에 있는 이들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다. 한강식도 공직자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오로지 출세만을 선택하기까지, 시스템 내 환경과 조직이 요구하는 것에 고민 없이 충실하다 그 자리에 오르게 됐을 것이라고 봤다. 캐릭터에서 정우성이 중시한 지점들이 있었지만 관객들은 정우성과 조인성의 비주얼에 보다 큰 관심을 두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정우성은 "아쉽진 않다"고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배우 정우성이 영화 '더 킹' 속 캐릭터 한강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아티스트 컴퍼니
배우 정우성이 영화 '더 킹' 속 캐릭터 한강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아티스트 컴퍼니


"그래도 그 역시 칭찬이어서 감사해요. 배우들은 언제나 캐릭터로 얘기를 해야 하는데, 관객 분들이 보실 땐 배우 정우성이 갖고 있는 외면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얘기와 맞닥뜨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저라는 배우의 숙명일 수도 있어요. 그런 말들이 더 자극제가 돼요. 매 작품 열심히 하지만 매 캐릭터마다 찬사를 받을 순 없어요. 하지만 그 캐릭터에 대한 의미를 내가 얼마 만큼 부여를 하고 또 어떻게 부여하는가에 따라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아닐까요. 그게 배우 정우성이 앞으로 해결해가야 하는 과정이고, 또 해결해야 하는 목표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정우성은 쉴 틈 없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2013년 영화 '감시자들'의 흥행 이후를 기점으로 한 해 두 작품 이상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것. '감시자들' 이후 작품으로는 '신의 한 수', '마담 뺑덕', '나를 잊지 말아요', '아수라' 등이 있다. 최근에는 데뷔작 '변호인'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가제) 출연을 확정지었다. 특히 '나를 잊지 말아요'는 그가 제작자로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었다. 정우성은 그런 행보에 대해 "나라는 배우의 영향력으로 용기가 필요한 기획을 시도하고 후배 영화인들과 기회를 나누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20대 때는 고지식하게 일했어요.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보지도 않고 출연을 거절했어요. 그리고 촬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시나리오를 보려 하면 이미 선택의 폭이 좁아져 있는 상태였어요. 시간이 흘러 돌이켜 보니 멍청한 놈이었더라고요. 도전했던 작품이 많지 않은 건 당연했죠. '왜 잡은 게 그것 뿐이 없니, 좀 더 많은 걸 해보지'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아쉬움에 따른 보상심리가 작용했는지, 지금에서야 많은 작품을 하고자 하는 것 같아요. 국내 영화 산업이 더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선택의 폭도 넓어졌죠."

정우성이 배우로서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아티스트 컴퍼니
정우성이 배우로서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아티스트 컴퍼니

한강식은 미디어를 통해 검사로서 일찍이 명성을 얻으면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 정우성 역시도 영화 '비트'로 단숨에 청춘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으면서 스타가 됐던 만큼, 일찍이 배우로 얻은 명성에 대한 고민도 깊었을 것이라 짐작됐다. 그 고민 끝에 찾은 답은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잘 갖고 가는 것이었다. 현재 정우성이 배우로서, 선배로서, 그리고 동료로서 실천해 가고 있는 길에서 그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스스로를 기성세대라 칭하는 배우가 찾은 타성에 젖지 않기 위한 방법은 계속되는 도전에 있었다. 

"배우는 책임감이 중요해요. 내가 몸 담고 있는 이곳에서 명예의 책임감을 어떤 방법으로 주변 사람들과 나눌지,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전에 대해서도 전 항상 두려움이 없는 청년이고 싶어요. '더 킹'을 선택했을 때도 무모하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주변의 말에 의해 타협하기 보다는 도전하고 싶은 것에 늘 무모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도전에 대한 일관성 만큼은 유지하고 싶고 그에 대한 의지나 의욕으로 충만했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나이와 경력에 맞는 성숙한 면들을 가져가고, 또 점점 더 확장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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