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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갑질' 잡는 경찰 안의 '을'들…"우린 경찰 속 유령"

경찰 내 기간제·무기계약직 2033명 "부당 대우"
경찰 뇌물수수로 받을 징계를 '지각 5번'에 받아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7-02-05 06:30 송고 | 2017-02-05 08:54 최종수정
경찰 로고/ 뉴스1 DB
경찰 로고/ 뉴스1 DB

'갑질 문화 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경찰이 오히려 경찰 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반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 경찰 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간제·무기계약직 근로자(주무관)들의 노동조합인 '경찰청공무직노동조합'은 경찰 조직 내에서 장기간 '갑질·횡포'가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기준 경찰 인력 총원은 약 14만3000명으로 이 중 기간제·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총 2033명으로 집계됐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청은 주무관들의 근무형태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기준도 함께 강화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주무관들이 단순히 지각을 5회 이상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었다. 따로 기간도 명시되지 않아 조항으로만 보면 누적 지각 수가 5회가 넘으면 언제든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노조는 지각을 하면 연가에서 제하는 것이 맞는 일인데 최대 3개월 정직까지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부당한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경찰 담당자로부터 돌아온 답은 "그럼 지각 안하면 되지 않냐"는 원칙적인 답변이었다.

이 담당자는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 징계규정을 강화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주무관들은 공무원이 아닐뿐더러, 현재 경찰 공무원에게도 지각을 했다고 징계가 내려지지는 않는다. 경찰 공무원이 정직 3개월을 받으려면 뇌물수수 정도의 비위를 저질러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또 주무관들의 복무관리 방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각 경찰서에는 설치된 '복무관리위원회'에는 경찰서장이 위원 5명을 모두 '지명'하게 돼 있어 노조 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직원으로도 생각지 않아, 우리는 '유령' 같은 존재"

경찰서에 근무하는 주무관들은 자신들이 '유령' 같은 존재로 경찰서 내에서 같은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몇몇 경찰서에서는 경찰서 인원을 통계 내면서 주무관의 숫자를 아예 파악하지 않았다. 주무관들이 총원에서 빠지면서 크고 작은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오패산터널 인근의 총격 사건으로 숨진 고(故) 김창호 경위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전국의 경찰들에게 검은색 근조 리본을 착용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총원에 잡히지 않았던 주무관들에게는 이 근조 리본이 제공되지 않았고 주무관들이 다수 근무하는 경찰서 민원실에는 리본을 단 직원과 달지 않는 지원이 섞여서 근무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패산 터널에서 숨을 거둔 故 김창호 경감의 동료 경찰들이 지난해 10월20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파출소에서 근조리본을 달고 있다.  2016.10.20/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오패산 터널에서 숨을 거둔 故 김창호 경감의 동료 경찰들이 지난해 10월20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파출소에서 근조리본을 달고 있다.  2016.10.20/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이들이 자신들을 유령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찰의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성희롱예방교육, 산업 안전보건교육 등 '근로자 법정 의무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이경민 경찰청공무직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서울경찰청에서 주무관 워크숍이 열려 100여명이 참석했지만 이 중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은 인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 워크숍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한다고 했지만 해당 교육은 성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로부터 관련 업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을 뿐 성희롱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전혀 교육되지 않았다.

곧이어 진행된 레크레이션 강의에서는 오히려 성희롱으로 느껴질 만할 발언들이 이어졌다. 강사는 여성 주무관들에게 '비아그라 같은 약을 여성들도 먹으면 혈액순환에 좋다' '성기를 자주 쓰지 않으면 성 기능이 저하된다' '성인용품이 잘돼 있으니 혼자서도 사용해도 좋다' 등의 성적인 농담을 섞어가면 강의를 진행해 비난받았다.  

◇인사이동도 제한, 수당도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해

노조는 주무관들이 인사이동에서도 부당하게 제한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에서는 일단 한 부서에 채용된 주무관들의 경우 예산이 그 부서로 책정됐다는 이유로 타부서로의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주무관들이 해당 직무에서 고충을 호소하면 인사이동이 가능하게 돼 있다며 경찰의 주장과는 대조적으로 주무관들이 사전에 통보도 없이 인사이동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임금지급에 있어서도 갑질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무관들이 공무원신분이 아님에도 시간외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를 근로기준법이 아닌 공무원 수당 기준으로 지급했으며 휴일 수당도 지급되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서는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 100%에 50%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공무원 수당규정은 기본급의 55%에 대해서만 50%를 가산하도록해 수당 금액이 일반 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된다. 

노조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제대로 받지 못한 수당들을 '임금체불'로 보고 내용을 취합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가 3000만원 이상의 임금체불 업체에 대해 명단을 공개하고 있어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경찰청이 임금체불 업자 명단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 보인다. 
이경민 위원장은 "경찰청이 갑질 범죄 추방 성과 우수자를 특진까지 시켰던데 경찰 내부의 갑질을 잡아냈더라면 아마 경찰 전원이 특진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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