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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앨범비 돌려받으려면 '부모동의서' 갖고와라?

일부 대학 등록금에 포함…확인 안하면 자동 납부
앨범제작 안해도 환급공지 없거나 환불 까다로워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7-02-04 10:00 송고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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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받으시려면 사유서를 작성하시고 부모님 동의서도 받아오세요."

수도권 한 사립대에 다니는 이모씨(26)는 교내 학생지원처에서 황당한 말을 들었다. 당혹한 김씨의 표정에도 직원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부모님 통장 계좌 사본도 가져오시고요. 부모님께 전화로 확인한 후에 부모님 계좌로 환급될 겁니다."

4학년 1학기 등록금을 낼 때 '졸업앨범비'를 함께 냈지만 졸업사진을 찍지 않았던 김씨가 학생지원처에 환급을 받으러 갔다가 들은 말이다. 그는 "성인이 된 대학생에게 부모님 동의서를 받아오라니 당황스러웠다"며 "부모님께 직접 전화해보겠다는 말에 내가 초등학생이 된 느낌이었다"고 하소연했다.

◇ 일부 대학 등록금에 '졸업앨범비' 끼워넣기 여전

'지나고 남은 것은 사진뿐'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최근 대학을 졸업하면서 졸업앨범을 장만하는 학생의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내 대학들도 4학년 1학기 등록금 고지서에 포함된 '졸업준비금'에서 '졸업앨범비' 항목을 없애는 추세다.

졸업앨범에 대한 수요가 줄자 졸업준비금에서 졸업앨범비를 없애고 졸업앨범 신청 희망자가 학기 중에 직접 신청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에도 일부 대학들은 여전히 등록금 고지서에 '졸업앨범비'를 포함해 일괄적으로 납입받고 있다.

서울의 한 유명사립대를 졸업한 권모씨(30·여)는 "4학년1학기와 2학기 두 번에 걸쳐 총 7만원의 졸업앨범비를 등록금과 함께 냈다"며 "이후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았지만 환급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2년 전 졸업한 김모씨(27·여)는 "졸업앨범비를 낸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등록금 고지 항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납부하다보니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았지만 학교 측은 어떠한 환급안내도 공지하지 않았다"며 "졸업앨범비를 낸 사실을 알았다면 진작 환급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졸업앨범비, 환급기간 짧고 절차 까다로워

서울의 다른 사립대와 경기도의 한 사립대도 여전히 졸업앨범비를 등록금과 합산해 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졸업앨범비를 환불받으려면 직접 학생처를 방문해 환급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학생들은 "졸업앨범비는 등록금 고지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납부되지만 환불받기는 번거롭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김모씨(27)는 "학생이다 보니 부모님이 등록금을 대신 내주셨다"며 "등록금 고지서 세부항목을 일일이 따져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졸업앨범비가 납부된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님이 학비를 대신 내는 학생은 자신이 졸업앨범비를 냈다는 사실을 끝내 알지 못한 채 졸업할 수도 있다"며 "걷을 때는 등록금과 함께 걷더니 환급은 스스로 신청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졸업앨범비를 환불받으려면 짧은 기간 내에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졸업앨범비를 환불받기 위해 학생지원처를 방문했다가 '부모님 동의서와 전화로 부모님의 의사 확인 과정을 거쳐야 환급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던 이씨는 "환급 기간을 일주일로 제한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제시하는 학교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 "주의의무 학생에게 미루는 졸업준비금…등록금과 이원화해야"

학생들은 "졸업준비금은 형식상으로는 '선택사항'이지만 일일이 살펴보지 않으면 자동으로 납부되는 시스템"이라며 "주의의무를 학생에게 미루는 졸업준비금을 없애고 등록금과 별도로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졸업준비금을 다른 방식으로 청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졸업앨범비를 등록금에 포함해 받고 있는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졸업앨범비나 졸업준비비를 별도 홍보나 공지로 모집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현재까진 납부방법을 개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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