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국가부도 막자"…몽골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

다음달 7000억원 외채 만기…말(馬)까지 기부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7-02-04 08:35 송고 | 2017-02-06 09:54 최종수정
<br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한 여인이 영하 20도에 이르는 강추위에에 입김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 AFP=뉴스1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한 여인이 영하 20도에 이르는 강추위에에 입김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 AFP=뉴스1

몽골 시민들이 내달 만기인 우리 돈 약 7000억원 규모의 국가 부채 상환을 위해 장농 속에 있던 현금과 귀금속들을 내놓고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펼쳐졌던 우리나라의 '금모으기 운동'을 연상케 한다.
재정난이 계속되고 있는 몽골은 외국인 투자 침체와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른 광물 수요 감소, 위안화 약세 등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몽골 화폐 투크릭은 가치가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결국 몽골 정부는 중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협상이 제시간 안에 마무리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몽골 국영은행인 몽골개발은행(DBM)은 지난 2012년 발행한 국채 5억8000만달러를 다음달 안에 상환해야 한다. 상환하지 못하면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홍콩의 한 트레이더는 "몽골은행이 IMF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다면 채권 만기연장 없이 과연 어디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나"고 반문하면서 "그야말로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채권은 2일(현지시간) 수익률이 21.5%로 올라 달러당 98센트에 거래됐다.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자 몽골에서는 저명 경제학자들과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 부채 상환을 위한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됐다.

몽골 국민들이 정부 복지혜택 감소와 식량 및 연료 비용 상승, 가축들의 대량 동사를 위협하는 혹독한 겨울에 시달리면서도 고이 간직하고 있던 현금과 귀금속 등을 십시일반했다. 한국의 금모으기 운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목민에게 가장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말까지 기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과 공직자들도 동참했으나 모금액은 현금 1억 투크릭(약 4600만원)에 그쳤다.  

울란바토르 외곽 지역 일대.  © AFP=뉴스1
울란바토르 외곽 지역 일대.  © AFP=뉴스1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몽골의 외환보유액은 7년 만에 최저치로 줄었다. 피치는 DBM이 내달 채권을 상환하면 보유액이 지난해 9월 기록한 11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회사 리걸앤제네럴의 사이먼 키하노 신흥시장 전략가는 "몽골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적은 외환보유액"이라며 "투자자들이 IMF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몽골 정부의 입장에서는 물론 IMF 구제금융 외에 다른 선택지도 있을 수 있으나 다른 방안은 항상 불필요한 변동성을 야기하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에르데네바트 자르갈톨가 몽골 총리는 국민들의 국채 보상운동에 대해 "정부는 어떤 시민 주도 활동도 막을 수 없다"며 국민의 성금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내달 만기 국채의 경우 이미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에 모금된 성금을 공공 인프라 건설뿐 아니라 건강, 교육, 스모그 대책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은 풍부한 광물 자원으로 수년간 두자릿수 경제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광물의 주요 수입국이던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둔화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1월~9월 경제성장률은 1.6%에 그쳤다. 2014년 같은 기간 9.1% 성장률을 달성했던 것과 비교된다. 2015년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였던 재정적자도 GDP 대비 19.5%까지 폭증했다.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지난 10월말부터 시작된 구리 랠리가 몽골 경제에 회복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며 "글로벌 금속 가격이 세계 최대 매장국인 칠레와 인도네시아발 공급 감소 리스크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baeba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